▲대전지법 공무원의 세월호 참사 유족 모독 '망언'과 관련, 세월호 희생자 대전시민추모위원회가 20일 오후 대전지법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인호 대전지방법원장의 사과와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유가족들의 피맺힌 한은 스스로 알아서 풀라고 하고….""모든 잘못을 정부에 뒤집어 씌워 좌파 정부를 세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세월호 희생자를 밤낮으로 팔아먹고 있다."대전지법 공무원의 기막힌 '막말'
대전지법 6급 공무원인 A씨가 지난 1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이다. 당시는 정부와 업체 측이 구호 의무가 있음에도 구조 노력을 하지 않아 희생자를 키웠다는 정황이 대부분 드러난 때였다.
선장과 선원, 유병언 일가뿐만 아니라 해경과 해운조합, 한국선급 등 정부기관의 안전·구조·관리·감독 업무가 엉망이었다는 게 확인됐다. 시민들은 황망해했다. 재해예방과 국민보호 의무를 저버린 게 국가냐며 분노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여야가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것도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묻기 위해서다. 국정조사의 조사대상 기관에 KBS와 MBC를 비롯해 국가정보원, 국무총리실,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국방부, 교육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경찰청, 전라남도 진도군, 경기도 안산시, 경기도교육청 등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법원 공무원의 눈에는 시민들의 눈물과 추모 분위기가 '잘못을 정부에 뒤집어씌워 좌파 정부를 세우고 싶어 하는 이들의 준동'으로 보였나 보다. 함께 밤을 지새우며 유가족을 위로하고 돈 때문에 생명을 내팽개치지 말라는 정부를 향한 항변이 '밤낮 세월호 희생자를 팔아먹는 일'로 비쳤나 보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모두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자기 눈앞을 붉은 색안경으로 가리고 세상이 온통 빨갛다고 믿는 딱한 사람에게 회초리를 들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유가족들에게 '피맺힌 한은 알아서 풀라'는 언행은 용인되지 않는다. A씨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의 지위인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우선 유가족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공공이익을 위해 성실히 근무해야 한다는 공무원의 '성실의무'(국가공무원법 56조)에 반한다. 공무원의 '법령준수 의무'(56조)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말 공공기관에 유가족들의 한을 치유할 수 있도록 추모분향소 설치를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 등이 산하 공무원을 대신해 빈소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공개적으로 이에 반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복종하지 않겠다는 거다. 따라서 '복종의 의무'(57조)도 저버린 일이다. 공무원은 '적법한 명령'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친절 공정의 의무도 어겼다. 공무원에게 친절하라는 것은 '인권을 존중'하라는 얘기다. 공정하라는 것은 집무와 관련 '좌파'냐 '우파'냐를 따지지 말라는 거다. 권력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거다. 친절 공정의 의무(59조) 위반은 징계사유가 된다. 유족을 모독한 '막말'은 품위유지 의무(63조)에도 저촉된다.
이게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대전 시민들이 조인호 대전지방법원장의 사과와 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한 이유다.
법원장이 막말 직원 감싸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