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찾은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 연화장' 앞의 모습. 이날 오전 유족과 친지들을 실은 영구차가 연화장 내 승화원(화장시설)에서 도착했고, 이어 하안 천이 덮인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유족들 사이에서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유성애
화장로로 관을 보낸 가족들은 부축을 받아 겨우 분향실로 이동했고, 통유리 너머로 관을 보며 고인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어 짧게 절을 하거나 예배를 드리는 등 망자에 대한 예를 갖췄다. 하얀 천이 덮인 관이 화장로 안쪽으로 사라지자, 분향실 안은 또 다시 흐느낌으로 가득 채워졌다. 한 어머니는 딸과 함께 주저앉아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오열하기도 했다.
부모들의 애끓는 슬픔은 긴급 대기 중이던 봉사자들조차 눈물짓게 했다. 자원봉사자 이미영(44, 수원 영통구 매탄동)씨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찍은 단원고 이아무개(18)군의 영정을 보며 함께 어깨를 들썩였다. 이씨는 "왜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는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면서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제 아들도 곧 군대에 가야하는데 이런 나라에 누가 자식을 믿고 맡기겠나"라며 "(아들)능력이 되면 해외서 살았으면 하는 심정"이라 고백했다.
3주 넘게 화장이 계속되다보니 온갖 가슴 아픈 사연들도 쌓였다. 이창원 연화장 운영팀장은 "지난 3일에는 저와 비슷한 연배의 아버지가 관을 껴안고 '미안하다 아들,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지켜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집이 가난해 생전에 못 사줬던 새 속옷을 관과 함께 화장해 달라고 부탁한 어머니도, 동생을 차마 보낼 수 없어 울며 화장로까지 직접 따라 들어왔던 누나도 있었다.
올해로 14년째 접어드는 수원연화장은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010년 천안함 희생자들을 화장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재린 연화장 소장은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을 연이어 화장한 적은 처음"이라며 "제발 이런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13일 현재, 세월호 사고로 여전히 29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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