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모든 어른들은 상제가 될 자격도 되지 못할 만큼 중죄인이 되어 있습니다.
임윤수
'태어나면 다 죽는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만나면 헤어진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지금 대한민국 모든 어른은 상제(喪制)가 될 자격도 없을 만큼 큰 죄를 지은 중죄인이 되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 자신이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지 알게 됐습니다. 세월호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울컥거리며 목이 메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컴컴한 철벽 속 어둠에서 희생자들이 느꼈을 불안, 온몸을 적시며 점점 차오르는 물에서 겪었을 공포, 어떻게라도 살아야겠다는 절규와 발버둥, 손끝이 뭉그러지도록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 철문에 대한 원망, 미끄러질 때마다 느꼈을 절망감… 아! 정말 미치겠습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끔찍하고, 비참하고, 잔인하고, 불쌍합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그렇게 되어 가는 걸 멀뚱멀뚱 바라만 봐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고, 가슴 아프고, 슬퍼서 이젠 화가 납니다. 살점이 부르르 떨릴 만큼 부화가 치솟습니다.
상장을 대신해 엄숙한 각오 짚어야그 옛날, 지극한 슬픔으로 장사를 치르던 어른들께서는 상장(喪杖, 대나무나 버드나무로 된 지팡이)이라는 걸 짚었습니다. 상장을 짚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먹고 자지 못 함으로 지친 몸을 지탱해 견디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먹지 못하고 자지 못 함으로 상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자칫 넘어질 수도 있는 몸을 추슬러 예를 다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