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울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나쁜 사회, 나쁜 정부입니다. 아빠가 아이었을 때, 이런 세상을 꿈꾸진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캄캄합니다. 캄캄한 바다에 노란 배를 띄워봅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저 깊은 바다 심연이 밝아지길, 국민들의 소망과 따뜻함이 전해지길, 다시는 차디찬 바다 속에서 울고 있는 아버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해봅니다.
권은비
"한국으로 절대 돌아오지 마라."
얼마 전 통화했던 지인의 말이었습니다. 연락할 때마다 '언제 한국에 들어오느냐'고 저에게 물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그는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한국 상황을 전하는 그의 말투는 결연하기까지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하늘만 바라봤습니다.
국민의 안전도 지키지 못하는 나라 한국, 그리고 앞으로 그곳에서 '살아내야' 할 삶을 생각하니 현기증이 났습니다.
독일 언론으로 보는 한국은 아픕니다.
독일에 있는 동안, 독일 언론에 보도되는 한국의 모습에 전 많이 놀랐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독일 <슈피겔온라인>(Spiegel online)을 비롯한 일부 독일 언론들은 '독재자 딸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당시 한국의 언론에서는 감히 볼 수 없었던 표현이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 발생 후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는 '차가운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언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인네짜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FAZ)은 지난 18일자 기사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모든 위기는 모르쇠로 넘어왔지만 세월호 사고는 박근혜 정부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22일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장을 '살인자와 같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법적인 판단이 되어야 할 사안에 미리 참견했다"고 대통령의 경솔한 언행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진보적인 언론, 보수적인 언론 상관없이 독일 언론으로 보는 한국은 비참했습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독일 언론입장에서는 아시아의 한 나라에 대해 어떠한 특정 정치적 성향 가질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편파적인 보도'라는 핑계를 댈 수조차 없는 독일 언론을 통해 바라본 한국은 어찌 보면 더 객관적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더 아팠습니다.
나를 위한 나라는 없다
저는 지금 베를린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흔하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터키, 중국, 일본, 그리스, 페루, 기니아 등등.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우연히 저마다 다른 국적을 가진 친구들끼리 모여 각자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한국에 대한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나라는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미국 사람, 민주화를 위해 많은 시민이 죽었고 지금도 전쟁 같은 시기 보내고 있다는 이집트 사람, 내전의 위협을 걱정하는 우크라이나 사람, 아직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사람. 그리고 이 시리아 사람은 자신에게 독일은 천국과도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얼마 전 봤던 독일의 <Good bye Deutschland>라는 TV프로그램 떠올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독일이 싫어서, 혹은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곳에 출연한 한 독일 사람은 독일사회 시스템은 모두 고장 났다면서, 더 이상 자신의 나라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말하며 다른 나라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요즘 저는 태어난 나라는 선택할 순 없지만 앞으로 살아갈 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어느 나라로 갈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결국 내가 살고 싶고, 꿈꾸는 나라는 지금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유토피아를 바란 것은 아닌 듯한데 말입니다.
분노를 삼키지 마세요,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