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구조작업에 나선 민간잠수사들이 해경 간부의 해경 간부의 부적절한 발언에 즉시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부 민간잠수사들은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철수를 선언했다.
민간잠수사 제공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과 민간잠수사들의 갈등이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해경 고위 간부가 민간잠수사들을 비하하는 듯 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민간잠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께, 해경의 한 고위 간부는 고속단정을 모는 한 해경 부하 직원에게 "아무나 데리고 오지마 XX야"라며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해경이 못한 게 뭐가 있느냐.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닌가"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던 한 해경 고위 간부는 최근 직위 해제되기도 했다.
당시 고속단정엔 구조에 나선 민간잠수사 10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해경 간부의 막말을 들은 민간잠수사들은 즉시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성난 민간잠수사들은 다음날인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철수를 선언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을 연 황대영 민간 다이버협의체 공동회장은 "22일 민간 정예 잠수요원 19명을 추려 구조 작업에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해경 측이 '작업용 가이드라인(안내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100명의 민간잠수사가 현장에서 철수했고, 20~30명만 구조현장인 팽목항에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현장에서 철수한 민간잠수사 A씨는 23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면서 "우리가 이런 꼴 당하면서 여기서 봉사할 필요가 있느냐, 이 일로 민간 다이버 대부분이 철수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민간잠수사 "철수한 팀 많고, 몇 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철수하지 않은 다른 잠수사 B씨는 "민간잠수사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잦은 언론 노출에 불만이 쌓였고, 그게 표출되면서 민간잠수사 철수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어 "해경이 민간잠수사를 싸잡아 욕을 해 일이 시끄럽게 되었다"면서 "이제 민간인에게 봉사도 해달라고 하지 못할 입장이 되었다, 지금은 철수를 한 팀들이 많고 몇 팀 남아 있지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참가단체는 "각 단체들이 알아서 빠질 팀들은 빠졌다"면서 "사실 그동안 작업배치가 안되고 작업이 제한되었다, 장비지원도 안 되고 자기장비 풀세트가 없으면 투입이 안 된다"며 "그동안 민간잠수사들은 푸대접만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UDT 동지회도 지난 23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구조를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현장을 찾았지만, 해경의 원활하지 못한 업무 처리로 인해 전문 잠수사들이 물에 한 번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다음날 UDT 동지회에 팽목항 집결을 요청하고 개인민간 잠수사의 잠수장비를 실은 민간바지선 4척 등도 팽목항에 도착했지만, 해경의 거부로 구조작업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지만, 추후 해경 지휘부의 요청으로 다시 월요일에 투입되었다"며 "해경측에 빠른 구조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해경은 연락을 주겠다면서 시간을 끌었다"고 주장했다.
민간잠수사와 해경의 갈등 관련,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24일 브리핑을 열고 민간잠수사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고명석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은 "구조 당국이 민간잠수사에게 폭언을 하고 구조 작업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 대변인은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기존 작업을 중단하고 입수 기회를 줬으나 대부분 거센 물살과 제한된 시야로 10분도 채 안 되어 출수했다"며 "심지어 입수도 안 한 채 사진만 찍고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들의 구조 실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자원봉사자들의 뜻과 달리 기존 작업에 많은 지장이 초래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하는 절박한 작업 현실을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제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