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팽목항에 해가 저문 이후에도 구조되지 못한 승객의 가족들이 앉아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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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아빠 왔다! 왜 대답이 없어!"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진도 팽목항. 이날 오후 2시까지 구조자 165명이 들어온 항구다.
4월의 밤바다는 찼다. 이미 해가 저물어 바다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오후 2시 뒤로 팽목항엔 더 이상 구조선이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구조되지 못한 승객의 가족들은 희망을 붙들고 팽목항 선착장을 지켰다. 이들은 선착장 바닥에 앉아 담요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아직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승객의 이름을 수차례 불렀다.
답은 없었지만 최대한 아들, 딸 곁으로 가까이 있으려는 듯, 가족들은 바닷물과 불과 5m 떨어진 곳에 앉아 오열했다.
선착장, 담요 두른 사고자 가족으로 가득 "우리 아들 명단에 없어. 나 어떻게 해." 안산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는 팽목항에 앉에 휴대폰 자판을 눌렀다. 아들이 '구조자 명단'에 없다는 소식을 어딘가에 알리는 중이었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난 어머니는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느끼는 아내를 남편은 다독였다. 그는 '아들 때문에 속 타는 아버지'이기 이전에 '속 무너진 아내를 추슬러야 할 남편'이었다. 남편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안산에서 버스에 올랐을 그의 모습을 옷차림에서 상상할 수 있었다.
"안 되겠어. 저기 가서 쉬자"는 남편의 손 끝은 팽목항에 마련된 응급환자진료소를 가리켰다. 응급환자진료소엔 자식의 이름을 부르다 정신을 잃은 또 다른 어머니가 팔뚝에 주사바늘을 꽂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팽목항의 사고자 가족들은 서로의 어깨를 나누며 희망을 붙들었다. "그래도 아직은 안에 살아 있을 거예요, 그렇죠?"라는 한 학생의 아버지의 말에 다른 학생의 어머니는 없는 힘을 모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인원 파악을 하고 연락처를 공유하며 앞으로의 사고 대책을 준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