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균의 전자현미경 사진(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s Public Health Image Library, 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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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에서 결핵은 공포의 질병으로 다뤄진다. 다시 강조하고 싶다. 결핵은 치료 가능한 병이다. 다만, 특정한 조건이 성립되는 상황에서 결핵은 개인과 사회에 큰 고통을 안겨줄 뿐이다.
문제는 이 '특정한 조건'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높은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자료는 거의 모든 결핵 관련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언론 보도에서 '원인은 결핵균이요, 예방은 기침예절, 조기발견, 강제격리조치이며, 치료는 항생제'라는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언론과 학계, 심지어 시민사회에서조차 다뤄지지 않는 결핵을 둘러싼 '특정한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1965년 한국. 20명 중 1명이 결핵을 앓고 있었다. 2013년에는 그 수가 1000명당 1명으로 감소했다. 전 국민이 가난하던 시절, 결핵은 우리들의 삶에서 멀리 있는 질병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 국민이 잘 살게 됐다는 지금, 결핵은 우리들의 삶에서 잊히는 질병이다. 그런데도 결핵은 여전히 국내에서 법정전염병 중 가장 높은 발생률과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1000명 중 1명에 포함되는 그 혹은 그녀가 누구인지 더욱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관련 연구가 극히 드물지만, 몇몇 연구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2011년에 나온 보고서 '건강검진 자료를 이용한 폐결핵 발생률 조사'에 따르면 건강보험료가 낮은 이들에게서 결핵 유병률이 높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거리 홈리스(노숙인)와 주거취약계층이 높은 결핵 유병률을 기록한단다.
해외 문헌을 찾아보면 그 실마리는 더 분명해진다. 결핵은 이미 오래 전 선진국에서부터 '빈곤의 질병'으로 인식됐고(Weber, H. On prevention of tuberculosis, 1899), 지금도 선진국의 빈곤층에서의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Farmer, P. Social scientists and the new tuberculosis, 1997). 또한 저개발국가에서 높은 유병률을 기록하고 있음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 역시 이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2011년 결핵예방법의 개정과 함께, 결핵 환자 부양가족에 대한 생활 지원도 시작됐다.
다만, 여기서의 '지원'은 강제입원명령을 받은 환자에게만 국한된다. 그리고 강제입원명령이 해제된 이후에는 생활 지원도 함께 중단된다. 정책의 무게 중심이 생활 지원에 있는지 강제입원명령에 있는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공포의 질병'만 부각하는 언론... '가난'은 관심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