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베란다나 빌라 옥상 같이 공간은 작지만 햇빛이 비치는 곳이면 어디든 햇빛발전 전지판을 설치해서 집에서도 햇빛전기를 쓸 수 있다.
김광철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필자의 집은 아파트 4층으로, 집앞에는 도로 하나 건너에 4층짜리 초등학교가 있어 해를 가리질 않는다. 그렇지만 집 서남쪽 방향에는 고층의 주상복합 건물이 버티고 있어 겨울철에는 오후 3시만 넘으면 햇빛을 가린다. 그늘이 져서 전기 생산이 조금 적어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60년 가까이 무개념의 에너지 소비자로 살다가 드디어 전기를 직접 생산해 사용하는 전력 생산의 주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필자로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변신이었다. 한수원이니 동부발전이니 하는 거대 발전사들에서 생산해내는 전력의 몇 백억분의 1밖에 안 되는 초미니 소규모 발전소라 할지라도.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일은 기후변화 문제는 물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바라보면서 방사능에 대한 공포와 그 대안에 대한 무기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필자를 혁명적으로 바꾸게 했다. 탈핵과 송전탑 반대운동의 구체적 대안이 여기 있다는 생각이 나를 들뜨게 했던 것이다.
이 생각은 지난해 11월 10일 '탈핵희망 도보 순례길'에서 더 확고해졌다. 전북 익산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는데, 70대 식당 주인이 우리 일행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슬레이트 지붕을 바꾸는 새마을 운동에서 이제는 전국의 모든 지붕에 태양광발전을 하는 새마을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면 적극 지지하겠다"고. 그래 이게 답이다, 무릎을 쳤다.
초미니 햇빛발전소를 세우는 일은 너무나 간단했다. 약 95cm×65cm 규모의 햇빛발전기에 부착되어 있는 전선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면 된다. 그런 다음 햇빛발전 모듈에서 생산되는 직류전기를 교류로 바꿔주는 인버터에 연결해 거실의 플러그에 꼽아주면 끝이다. 설치하는 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햇빛발전기를 설치하면 가정으로 들어와야 할 한전의 전기 중 햇빛발전기를 통하여 생산된 전기의 양만큼 덜 들어오기 때문에 계량기가 그만큼 덜 돌아간다. 전기요금은 덜 들어간 전기만큼 절약된다. 우리 집은 한 달 평균 4~5만 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었는데, 베란다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한 뒤 전기요금 고지서를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