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돌집
김종길
아, 거기가 어디쯤인지는 정확히 모르겠군요. 다만 강원도 태백에서 만항재를 넘어 정선으로 들어선 뒤라는 것밖에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변변한 논 한 배미 없는 물줄기를 따라 몇 번이나 산을 넘었다는 것밖에는 말입니다.
그냥 우연이었습니다. 아내가 운전을 했는데 차창으로 뭔가 '휙' 하고 스쳐갔습니다. 순간 본능적으로 차를 세우라고 했지요. 딱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없는데 놓쳐서는 안 될 무언가를 본 것만은 확실한 듯했으니까요.
갑작스런 주문에 아내는 한참이나 달려서야 차를 세웠습니다. 갓길 안전한 곳에 차를 옮겨라 말하고 무언가에 홀린듯 뛰었습니다. 한참 헐떡거리며 도착한 곳은 길가의 어느 민가였습니다. 그저 평범한 농가였지요.
헐레벌떡 뛰어오는 저를 보고 주인이 더 놀란 듯했습니다. 그냥 집 때문에, 집이 눈에 익어서, 라고만 했지요. 중년의 사내는 대수롭지 않게 별 희한한 사람 다 본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