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암반 위에 그대로 올려 길이가 다른 죽서루의 기둥들ㅣ
김종길
관동팔경 중 제일 큰 누정이자 가장 오래된 건물인 죽서루는 앞면 7칸에 옆면 2칸이다. 옆면은 북쪽에서 보면 2칸이지만 남쪽에서 보면 3칸이다. 이 또한 자연암반의 형태에 적절하게 조화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지붕도 천장의 구조로 보아 원래 다른 형태의 지붕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원래의 5칸은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짠 구조가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 양식이지만 증축된 곳에는 새 날개 모양의 익공을 둔 점도 특이하다. 2층의 누각은 불쑥 솟은 암반 사이의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데 붉어지는 나뭇잎에 살짝 몸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 다소곳하다.
죽서루 안에 오르니 현판들이 빼곡 차 있다. 우리나라 팔경문화의 으뜸인 관동팔경의 하나인 죽서루다 보니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칠 리는 없었을 터. 숙종의 어제시에서 송강 정철, 미수 허목, 율곡 이이, 단원 김홍도, 표암 강세황 등이 글과 그림으로 이곳의 아름다움을 남겼다. 송강이야 <관동별곡>으로 워낙 유명하니 이곳을 읊은 그의 시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일 테고, 미수는 이곳 삼척에 부사로 부임한 인연이 있다. 죽서루에는 미수 허목이 쓴 <제일계정>(第一溪亭)을 비롯해 이성조의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 이규헌이 쓴 <해선유의지소>(海仙遊戱之所)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