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왜관 낙동강에서 쓰러져 있는 나무. 측방침식 탓에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이철재
어젯밤에는 너나 없이 '대포 방귀'를 날렸습니다. '오마이리버' 출발 첫째 날부터 우리는 방귀를 텄습니다. '오마이리버' 팀은 대자연의 한 부분입니다. 곳곳에 세워진 댐이 낙동강을 막았지만,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녁은 다릅니다. 규율과 절도, 그리고 성스러움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수도원에 짐을 풀었습니다.
10일 일정이 끝나갈 즈음 김병기 <오마이뉴스> 기자는 "오늘 가장 많은 것을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오마이리버' 팀은 오늘 낙동강이 시름하는 모습을 보고, 들었습니다. 10월인 지금도 여전한 녹조와 측방침식으로 나무가 쓰러진 모습도 목격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처음부터 지켜 본 경북 고령에 사는 농민에게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한편 지난 8일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종일 비를 맞았는데, '오마이리버' 팀은 10일에도 비를 '쫄딱' 맞았습니다. 오후 2시 30분께 강정고령보를 떠난 뒤 조금씩 내리던 비는 어느새 세찬 빗줄기로 바뀌어 옷을 적셨습니다. 자전거에서 잠시 내려 허겁지겁 비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안경에 빗물이 맺히고, 모자 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젖은 운동화와 바지는 페달질을 조금씩 늦추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할 일은 했습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심한 측방침식 현장에 내려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도 이틀 전 비를 맞으며 생긴 '아이패드 트라우마'(관련기사 -
또 목표 미달... 독자 '격려'에 눈물이 납니다)에도 빗줄기 속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연신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난번 비를 맞아 종료 버튼이 먹통이 됐는데요. 이젠 사진 한 장을 찍으면 사진첩에 두 장이 저장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젖은 몸으로 도착한 오늘의 숙소는 경북 고령군 왜관읍에 있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입니다. 1952년 7월 북한에 있던 베네딕도회 덕원 수도원과 중국에 있던 베네딕도회 연길 수도원의 수도자들이 월남해 만든 수도원이랍니다. 8일부터 오마이리버에 합류해 분투하고 있는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이 수도원의 신부님과 인연이 있어 오늘 숙소를 이곳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도원 안은 매우 고요합니다. 불 켜진 곳도 거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수도원에는 처음 와 봅니다. 새로 지은 건물도 몇 있지만 오래된 수도원의 느낌이 물씬 느껴집니다. 특히 굴뚝이 있는 빨간벽돌의 2층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빨래를 하기 위해 수도원 건물의 지하로 들어갔더니 회색벽의 너른 공간이 나타납니다. 신기하면서도 으스스한 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