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녕군 부곡면 노리에서 거주하고 있는 박종훈씨가 7일 오후 경상남도 밀양 상남면 야영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4대강 사업 이후 마을 우물이 마른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성호
그는 답답했다. 그리고 "그럼 어떡하냐"라고 물었다. 이장은 "광역상수도가 마을에 들어와 있지만 간이상수도와 광역상수도의 파이프 크기가 달라 연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창녕군 누리집을 방문해 글을 올렸다. 그는 누리집에 "군수님 세탁은 세탁소에 맡기면 되고 먹는 건 식당에서 하면 되지만 싸는 것(화장실)은 도저히 안 된다"며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전화를 걸어온 이장은 "니 잘났는 가배"라며 누리집에 올린 글을 꼬집었다. 순간 그는 "공무원한테 얼마나 쪼인트 까였기에 이러나" 싶었다. 그래서 이장을 설득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상수도 깔아보자"라고 말했다.
그가 알기로 약 50여명의 동네주민들은 서너 가지 방법으로 제각각 물을 사용했다.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가구, 우물 또는 계곡물을 퍼나 쓰는 집들로 나뉘어져 있었다. 사흘째 물이 나오지 않는 날 주민들 절반은 갈수현상으로 불편함이 심각해진 상태였다.
물 한 번 마음 놓고 써보자는 생각에 백방으로 돌아다녔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드는 의문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지난 1998년 이후 2~3년에 한 번은 강둑이 범람할 정도였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낙동강에서 불과 500미터 정도 떨어진 마을이 지하수 부족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강폭이 1킬로미터나 되는데 직선거리로 강에서 300미터 떨어진 곳에 관정을 파 간이상수도로 이용했다. 동네 우물도 말라 물 부족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았다."경남교육위원이기도 한 박씨는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의문의 실타래를 풀어준 것은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었다. 박씨의 지인들은 "함안보 때문에 지역 지하수 수위가 떨어져서..."라고 말했다. 지난해 봄 4대강 사업 반대에 나섰던 박창근 교수도 현장을 보고는 "함안보로 인해서 낙동강 하류의 지역의 지하수 수위가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했다.
의문이 해결되자 박씨는 4대강 사업의 악영향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의 피해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에 나가 발언을 했다. 지역종합일간지인 <경남도민일보>에 제보를 해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주목받지 못했다.
한편, 그는 4대강 사업 후 겪은 한 가지 에피소드를 전했다. 동네로 향하는 길목이 벌처럼 변해 하루는 이를 항의하자 공사관계자가 "야 몇 푼 돈 주고 보내"라고 말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물이 흐르지 않으면서 녹조가 심해졌다"면서 "물을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낙동강에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4대강 사업으로 보상금을 건네받은 동네 사람들은 낙동강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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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으로 물부족 해결? 주민들 씻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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