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옥외 햇빛발전소 주차장.
노원구청
서울 노원구청은 옥외주차장에 아주 특별한 지붕을 올리고 있다. 남쪽을 향해 15도 정도 각도가 기울어진 'T자'형 지붕이 그것.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을 가급적 오랫동안 붙잡아둘 수 있는 구조다.
이쯤 되면 눈치를 챘을 것 같은데, 이 지붕은 햇빛발전소다. 주차장 전체를 완전히 덮는 것은 아니고, 일부분(173㎡)에만 설치한다. 덤으로 햇빛 또는 비가림막 혜택을 볼 수 있는 차량은 22대 정도다.
주차장에 지붕만 얹어도 1300만 원 벌이오는 11일 준공될 주차장 햇빛발전소 시설 용량은 30KW. 흔히 기자들은 이런 수치를 많이 쓰는데, 제대로 그 의미를 아는 유식한 기자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나도 모른다. 그래서 1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을 돈으로 계산해달라고 구청 관계자에게 요청했더니, 1300만 원이란다. 하루 평균 일조 시간을 3.1시간으로 쳐서 한전에 판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햇빛 지붕을 설치하고 가만히 있어도 매년 이 정도의 공돈이 굴러들어온다니, 그야말로 감지덕지다.
그런데 이 돈이 전부 구청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구청이 산파 역할을 했지만 주인은 따로 있다. 지난 2월에 창립한 '노원 햇빛과 바람발전 협동조합'(이하 햇빛 조합)이다. 조합은 매년 구청 주차장 부지 사용료로 80여 만원을 구청에 지불해야 한다. 기타 여비를 합쳐 100여 만원을 뺀 1200만 원을 챙길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구청 이미지를 홍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주인은 매년 얼마를 챙길까? 햇빛 조합의 배당금을 계산하려면 조합원 수와 출자금을 알아야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달간 모은 출자금은 9500만 원이다. 조합원은 1237명. 이중 1만 원의 소액 투자 조합원이 무려 580명이다. 물론 1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이도 있다. 햇빛 지붕 수명을 20년으로 가정했을 경우, 20년 후 개인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의 수익률은 130% 즉 130000원이다. 이는 은행 이자보다 약간 높은 편인데 이를 1년 단위로 나누면 해마다 650원을 배당받는 꼴이다. 20년 후엔 원금에 이자까지 합한 23000원을 받을 수 있다.
대박 날 일은 없지만 골방에 앉아서 증시 현황만 쳐다보는 이들의 욕망보다는 비교적 건전한 투자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래 환경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자식에게 용돈을 주는 심정으로 돈을 낸 사람도 많습니다. 자신의 아이 이름을 조합원으로 등록한 거죠. 비록 적은 돈이지만, 20년 뒤에 자신의 아이들은 보다 나은 지구 환경에서 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 때문입니다." (노원구청 녹색환경과 신호재 주무관)"협동조합 발기인대회 때 참석한 한 고등학생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용돈을 모아서 10만원을 냈다고 발표를 했어요. 기후변화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필이 꽂혔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노원 에코센터 이진희 기획팀장)
"돈보다는 환경에 대한 상징적인 가치를 보고 투자했습니다. 매년 이사회를 열어서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이익금을 지역 발전에 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령 노원교육복지재단 등에 기부하는 방안이죠. 아마도 노원구청 옥상과 구내 3~4개의 정보도서관 옥상에 2~3기 발전소를 지으면 배당금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겁니다." (햇빛 조합 박창수 위원장) 태양광으로 전등 100개, PC 70대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