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 교수
심규상
23일 오전 찾은 그의 연구실은 그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듯 수많은 자료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헌법유린', '민주주의 파괴의 결정판' 등의 표현으로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심각성을 설명하는 데 열중했다. 헌법을 연구해온 학자에게 '헌법유린' 이라는 단어보다 강도 높은 단어가 있을까?
그는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국정원이 존재할 이유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을 해체할 것인지 아니면 개선할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라며 "유지할 경우에도 '민주적 통제아래 두느냐 마느냐가 핵심쟁점'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는 "대통령의 입에서 국정원 근본개혁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과 같은 처방이 나와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의 유일한 감독자인 대통령이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방조이자 묵인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의 국정원 선거개입 보도에 대해서는 "조중동과 방송을 봐서는 시국선언이나 수만 명이 모이는 촛불집회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2008년 촛불집회 때 언론보도를 생각해보면 매우 소극적인 보도 행태"라고 지적했다.
주요 사안 때마다 시국선언에 참여해온 그는 "이전 시국선언과 이번 건을 비교하면 사안의 중대성이 다르다"며 "국정원을 그대로 둘 경우 매번 헌법유린 사태가 재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시국선언을 조직하게 된 배경은?"2008년 광우병 논란이 있을 때도 시국선언을 했다. 지금은 광우병과는 달리 대표적인 권력기관중 하나인 정보기관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민주주의 유린사태다. 선거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대표적 방식이다. 선거에 개입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MB 정부 때 있었던 민주주의 파괴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미래를 위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고민 끝에 급히 시국선언을 추진하게 됐다"
- 배재대에서 이틀 만에 17명의 교수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어떤 방식으로 참여를 조직했나?"특별히 조직한 것은 없다. 우리 대학에는 민교협 같은 단체가 없다. 그래서 지난 2일 시국선언문 초안을 써서 3일 새벽 전체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틀 후에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니 전날 밤까지 명단 취합을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메일을 보내고 이틀 동안 메일을 받은 것 외에 공을 들인 게 없다"
- 당초 몇 명의 교수가 참여할 것으로 생각했나. 예상했던 것보다 어떤가? "2008년 광우병 문제로 시국선언을 할 때보다는 참여 인원이 적다. 하지만 광우병 때에는 학기 중이었고 시간이 넉넉했다. 이번에는 방학인데다 급히 추진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도 제가 잘 모르는 분들까지 동참했다. 시국선언문 발표 이후에도 뒤늦게 알고 (참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 면에서 적은 인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사태 자체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