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행사 시민기획위원으로 참여한 전영조 위원.
윤성효
자원봉사자들은 무엇을 바라고 여기에 참여할까. 전영조 위원은 "누구는 대가가 없느냐고 묻던데, 그런 거 없다"며 "우리끼리는 미쳤다고 한다. 제 경우를 말하면 노무현이라는 가치에 대한 일종의 투자다. 그것이 바로 한 번에 발현될 수는 없지만, 누구든 천천히 보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오는 분들도 저랑 별반 다르지 않다. 이야기를 해보면 안다. 저는 2009년 2월부터 지금까지 두어번 정도 빠지고 주말마다 봉하에 온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폐인'(어떤 한가지 일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말이 듣기 싫은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만, 우리는 '폐인'이 되지 않도록 자주 봉하에 와서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무현은 그만큼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전영조).김정호 대표는 "대선 뒤 '힐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도 없으니까, 역설적으로 여전히 그리우니까 찾아온다고 본다"며 "반칙과 몰상식, 특권에 대해 온몸을 던져 맞서 왔던 큰산에 대해 사람들이 절실하게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4주기가 됐음에도 추모 물결로 이어지는 것은 역설적인 면도 있다. 대통령님은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로 가자는 것이었는데,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몰상식과 비합리가 나타나면서 대통령님의 진짜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가령 지역균형발전이나 정치개혁, 지역주의 극복, 남북평화 노력 등 여러 가지가 그렇다. " (김경수).전영조 위원은 노 전 대통령과 살아생전에 인연이 없었다. '노사모' 회원도 아니었다. 그는 "처음에는 '반한나라당' 정서만 갖고 있었고 한나라당이 하는 게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재직하고 계실 때 처음에는 어설프고 아마추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 봉하로 오셨을 때도 뵙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9년 언론에서 대통령님에 대해 왜곡하는 것을 보고 분개했다. 내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노 전 대통령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료를 찾아 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통령님께서 무엇을 하기 위해 시골에 오셨는지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무엇인가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나서 자원봉사를 그만 두면 내가 더 비겁해지겠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봉하마을을 찾고 있다" (전영조) 전영조 위원은 노 전 대통령을 근거도 없이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된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를테면 '다 노무현 때문이다'거나 '다 노무현 탓이다'는 말을 하면서 사람들은 언론의 왜곡된 보도를 그대로 말했다. 최근에는 '김대중·노무현이 퍼주어서 북한이 핵을 만든 것이다'라는 말도 한다. 이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반박할 정도가 됐다. 헬스장에서 만나는 분들과 한때 언성을 높이고 싸우기도 했다. 그 분들은 촛불을 이해하지 못하더라. 촛불도 배후가 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을 해도 믿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설명이 된다.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은 현장에서 검색해 확인시켜 준다. 요즘은 자기들이 궁금하면 저를 불러 물어보기도 한다."최근 논란이 된 '일베(일간베스트저정소)'의 노 전 대통령 폄훼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전영조 위원은 "그들은 영혼이 없다"며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니까 했다는 식인데, 그야말로 일본 우익과 다를 게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김경수 본부장은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회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는 학자도 있더라"며 "'일베'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문제라고 본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더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지 상대를 적대시하거나 타도 대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봉하에서 친환경 농사짓기 좀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김정호 대표와 농사 이야기를 했다. 이날도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에서 그랬던 것처럼 밀짚모자를 쓴 채 농삿일에 여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