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골목에 위치한 한 빈티지샵. 원래 바로 운영되던 곳을 개조해 근사한 빈티지샵으로 만들었다.
김다솜
'부산멋쟁이'라고 쓰여진 오래된 간판 아래서 구제상인 김정숙(60)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우리 상인들이 직접 도소매장에 찾아가 물건을 하나하나 골라서 가져오는 것"이라며 "메이커와 상태를 다 확인한 뒤에 손님들이 선호할만한 제품으로 사온다"고 말했다.
구제골목에서 버버리 코트를 입어보고 있던 신혜주(30, 경기도 용인)씨는 "버버리 코트가 5만원이라 놀랬다"며 "이제 여름이라 계절이랑은 안 맞지만 하나 사두고 가을이 오면 입을 참"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사실 구제라고 하면 상태도 안 좋을 것 같고 남이 입던 옷 입는 다는 게 찜찜했는데 여기 와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국세시장? 깡통시장? 다 똑같은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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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최초의 시장인 부평시장은 원래 '부평공설시장'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부평시장보다 깡통시장이 더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본래 1910년대 설립된 공설 1호 시장으로 20인 이상 영업자 형태로는 전국 최초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깡통시장은 부평시장 바로 옆에 위치해있는 곳으로 6.25 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나온 외제 물품을 내다 팔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당시에는 주로 '통조림'이 많이 나왔기에 얻게 된 별칭이 '깡통시장'이다.
처음 시작은 달랐지만 지난 2005년 12월부터 부평시장과 깡통시장은 '부평깡통시장'으로 통합되면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어 이국적인 부산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부평시장은 부산만의 먹거리를, 깡통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물건을 내놓으며 볼거리를 맡게 되어 두 시장의 경쟁력이 더욱 커졌다.
더군다나 부평깡통시장은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이하 문광형 시장)에 선정되면서 관광객이 1.5배나 늘기도 했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지역 문화 및 관광자원과 연계가 가능한 시장을 선정해 중소기업청에서 2년간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시장특성 발굴 및 개발 ▲관광자원 연계개발 ▲지속발전 역량강화 사업이 가능한 시장을 선정한다. 매년 실시하는 문광형 시장 신청은 선정 절차 또한 까다롭다. 중소기업청에서 사업공고를 내면 각 시․군․구에서 해당 시장을 추천해 현장평가(100%), 서류심사(가감점, 적격여부 판정)을 거친다.
문광형 시장 사업은 해당 시장 상인들이 주축을 이뤄 진행된다. 아직까지 부산시와 협이된 바는 없지만 부평깡통시장은 여러 가지 사업 구상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야시장 운영 ▲무료 시식코너 운영 어묵 협동조합 개설 ▲취약한 볼거리 확충 등이 사업 구상 내용이다. 부평깡통시장 옥봉철 사무처장은 "시에서 현장평가를 할 때 우리의 성공 가능성을 봤으니 선정된 것 같다"며 "우리는 야시장 계획부터 상인회에서 착실하게 사업을 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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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골목에는 간판없이 장사를 하는 점포도 많았지만, 관광객들의 발걸음에 힘입어 빈티지숍이 모인 상가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구제골목의 개성을 발판으로 상설 프리마켓도 생겨 찾는 즐거움을 더한다.
스튜디오 인 숍 프리마켓의 임성호(34) 대표는 "국제시장이 빈티지로 유명하고 마니아층이 두터워 이 장소로 택했다"며 "여기 찾는 분들이 대체로 개성이 강해 커피숍이 다 차지한 번화가보다는 여기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의 인기 비결그렇다면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이 관광객을 끌어 당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들만이 가진 특색이 가장 중요했겠지만, 지리적 이점도 한 몫 더했다.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은 부산역과 부산항이 차량 이용시 10분만에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게다가 남포동을 기점으로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찾기에 좋은 지역에 있다.
국제시장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물품을 판매하는 박정임(52)씨는 "부산항이랑 인접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크루즈 배가 한번 오면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에 감천 문화 마을이 조성되고 나서부터 주변 관광 코스가 늘다보니 더 자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이) 역사적으로도 오래됐죠. 거기 특산물이 많아요. 먹거리나 볼거리도 많고, 전통적인 골목상권의 중심축이라 볼 수 있죠. 국제시장도 포함해 그 쪽이 전체적으로 시장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어요. 굉장히 경쟁력 있는 거죠."부산시청 경제진흥과 박동석 계장의 말이다. 박계장은 "국제마케터, 자갈치시장과 연계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특히 부평시장은 저렴한 상품을 통해서 외래 관광자원화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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