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정이사 선임안을 놓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2010년 8월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회원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대학 운영의 결정권을 독점한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지도 않고 예산안 의결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총장의 임기는 이미 3개월 전에 만료되었는 데도 후임 총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학기는 이미 시작되었는데 예산안을 통과시킬 생각조차 않고 있다. 부총장은 작년 중반부터 이미 공석이며 연초에 병원장이 사퇴했음에도 후임 병원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지대는 선장도, 행해사도, 기관사도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난파선의 형국이다. 이사회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사회 전체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은 아니며 상지학원 소속 이사 전원이 업무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이사회의 일부인 구재단측 이사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워 집단적으로 이사회에 불참하는 등 업무를 거부하면서 발생한 상황이다. 상지대학교 비리주범 김문기가 추천한 4명의 이사들은 현재의 이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후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는 한 후임 총장 선출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아예 이사회 출석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예산안 처리도 발이 묶였다.
그나마도 1학기 수업에 맞추어 임용하기로 되어 있던 신임교수 임용은 4월이 되어서야 겨우 임용절차를 마쳤다. 신임교수 임용을 위하여 이미 작년에 추천과정과 총장 면접을 거쳐 이사회에 상정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학기의 1/4이 지나버린 4월에야 임용한 것이다. 이미 학기가 시작되고 수업이 배정되었는데 한달이나 늦게 임용하면 학생들의 수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본듯 뻔한 일이다. 그것도 신임교수 임용 지연으로 상지대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한 교육당국의 개입으로 늦게나마 억지로 임용절차를 마쳤다.
이 모든 상황은 지난 2010년 8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정상화라는 미명 하에 사학비리 주범인 김문기 구재단을 상지대에 복귀시키는 반교육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사분위는 상지학원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이사 정수 9명 중 김문기 구재단 5명, 학교 구성원 2명, 교육부 2명으로 추천권을 배분하였다. 김문기에게 과반수의 추천권을 부여하여 상지대를 구재단에게 돌려준 것이다. 그러나 구재단과 비구재단의 비율을 5 대 4로 할 경우 구재단이 학교를 장악함으로써 상지대가 혼란에 빠질 것을 걱정한 사분위가 구재단 몫 1명을 임시이사로 파견하여 구재단과 비구재단의 비율을 4 대 4로 균형을 맞추는 미봉책을 구사했다. 그럼에도 김문기가 추천한 4명의 구재단측 이사들은 이사회 운영과정에서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켰으며 급기야는 이사장 사퇴를 전제로 이사회 운영을 전면봉쇄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2010년 8월의 사분위 결정 다음 해인 2011년도부터 이사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구성되자마자 구재단측 이사들은 상지학원의 정관 개정을 집요하게 추진했다. 구재단 이사들이 요구한 정관개정 내용은 총장의 권한인 학장과 처장 등 보직임명권의 박탈, 총장이 행사하는 교원의 승진 및 재임용권의 박탈, 개방이사 추천권을 가진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구성원 몫의 축소 등 대학운영에서 총장과 구성원의 역할을 축소하여 헌법이 보장한 대학자치를 위축시키는 것이었다. 구재단의 무리한 정관개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구재단이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하여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사분위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
상지대를 비롯해서 영남대, 조선대, 대구대, 세종대, 경기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광운대, 서일대 등은 1980년대 이후 사학비리가 가장 극심하게 터져나왔던 대표적인 비리사학들이다. 김문기가 이사장으로 있던 상지대의 경우 '사학비리종합선물세트'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비리가 심각했다. 결국 정부가 사학비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사장과 이사들이 물러나 대학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이들 대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상지대의 경우 임시이사체제 하에서 대학 구성원의 노력과 시민사회의 협조로 대학 민주화의 체제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시민대학이라는 독자적인 대학발전모델을 구축하는 등 커다란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 정상화라는 미명 하에 사학비리로 물러난 비리주범들을 예외없이 대학에 복귀시키면서 결국 오늘과 같은 제2의 '상지대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