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
조재현
그런 장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깊숙이 관여했다. 그런데도 "나와는 무관하다"고 매번 이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받은 보수가 11억3000여만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장학사업이란 목적사업에 비추어 보수가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거기다 대통령에 취임하던 날 최필립 이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혔으며, 최 이사장 후임으로 또 다시 대통령의 측근이 선임됐다. 참으로 공교롭고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수장학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사퇴한 최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을 선임했지만 상청회는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 인사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부터 시선이 곱지 않다. 김삼천 신임 이사장은 상청회 회장을 두 번이나 지내는 등 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정수장학회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해왔지만, 신임 김 이사장은 대구출신인데다 영남대를 졸업한 뒤 상청회 회장을 맡았고, 박 대통령이 30년 넘게 이사장으로 재직한 한국문화재단에서 2009년부터 3년간 감사를 지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상청회 회장 자격으로 한 해를 빼고 매년 정치후원금 최고한도인 500만원씩 모두 3000여만원의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장학회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이다. 그런데 최 전 이사장의 뒤를 이어 또다시 측근 인사가 수장 자리를 맡게 됐으니 "정수장학회를 대리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만하다. 청와대 쪽은 "김 이사장의 선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털끝만큼의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는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언론장악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점에서 우려가 앞선다.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 이사장까지 대통령 측근이라는 사실은 언론장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방증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 직전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문제를 공론화하며 편집권 독립을 요구했던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이 해고당한데 이어 신문사 종사자들이 끊임없이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요구했지만, 당시 박 후보쪽 대답은 매번 똑같았다. 박 대통령은 무려 6개월여 동안 긴 파업이 이어졌던 MBC사태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후보시절에는 표를 의식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뭔가 달라져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끝내 '제2의 최필립' 같은 인물이 새 이사장으로 선임되기까지 가타부타 말이 없다. 결국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은 물건너 가는게 아닐까
또 다시 언론장악? 끔찍하다 "그래서 (내가) 대통령 되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문득,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TV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오랜 성과를 다 까먹었다. 그 때 박 후보는 무엇을 했나?"란 상대 후보(문재인)의 질문에 자신만만하게 던진 당시 박 후보의 대답이 떠오른다.
당시 온라인에는 관련 패러디가 봇물처럼 확산됐다. "김 과장, 왜 이렇게 일을 이렇게 하나." "그래서 제가 사장 되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등의 문답이 화제가 되기도 했을 정도다. 사오정 시리즈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은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웃음대신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