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도착하는 이진숙 MBC본부장이진숙 MBC기획조정본부장이 26일 오전 김재철 MBC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결정되는 서울 여의도 방송문회진흥회(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권우성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로써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MBC 사장의 임명권, 해임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방문진 이사들의 임명권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갖고 있지만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데 문제가 크다.
대통령은 방문진에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방송사 사장에 낙하산을 언제든지 내려 보낼 수 있는 구조적 모순이 아직도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 독립성과 방송의 공정성 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난 5년 이명박 정부는 이를 권력유지에 십분 활용해 왔다.
방문진을 보라. 전체 이사 9명 중 여당 추천 이사 6명, 야당 추천 이사 3명으로 구성돼 친여성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뿐만 아니라 KBS 사장 선임과 직결된 KBS 이사회 구성도 문제다.
11명의 이사로 구성되는 KBS 이사회도 방통위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KBS 이사회 역시 정부·여당 측 7명, 야당 측 4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어 친정부·여당 편향적 인사가 사장에 임명될 공산이 크다. 이 역시 공영방송 정상화와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3년간 MBC 김 사장의 해임안이 세 차례나 상정됐지만 모두 부결된 것도, KBS가 낙하산 사장 때문에 홍역을 치른 것도 바로 이런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MBC 경영을 감시 감독해야 할 방문진이 김 사장의 비리를 싸고돌며 사태를 키운 주역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방문진이 달라지기 위해선 가장 먼저 정치적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최고 권력층의 입김이 스며들지 않도록 이사진 구성은 물론 운영체제 등을 대대적으로 수선해야만 한다. 대통령의 눈치나 보면서 거수기 노릇을 하도록 방치한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도 제2의 김재철 사장과 같은 인물이 낙하산으로 투하돼 끔찍한 사태가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이 초기부터 심상치 않다.
방통위원장 또 대통령 측근 기용...'최시중' 악몽 떠올려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 내용을 얼핏 보면 원칙과 소신이 담겨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지난달 24일 박 대통령은 방통위원장에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이자 <동아일보> 출신인 이경재 전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통위원장에 대통령의 측근을 앉히려는 것에서부터 방송 장악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MB정부 5년 동안 보아왔던 '방통대군 최시중'의 악몽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방송통신 융합 등 ICT(정보통신기술) 정책을 전담할 2차관에 KT 부사장 출신을 임명한 것도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는 말의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이 취임하던 지난달 25일 사퇴 의사를 전격 밝혔던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그 후 한 달이 넘도록 이사장 자리를 유지하면서 월급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자진사퇴 의사를 언론에 밝힌 뒤 최근까지 정수장학회 사무실로 출근한 배경이 수상쩍다. 정수장학회는 지난 대선기간 내내 수많은 의구심을 증폭시키면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아킬레스로 작용했다.
결국, 방문진 이사진 구성과 정수장학회가 이럴진대 MBC 김 사장 퇴진은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나락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파괴된 공정성을 복구하기 위해서 MBC가 당장 개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지만 무엇보다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적인 장치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지금 현재로썬 제2, 제3의 김재철, 또는 더 지독한 낙하산 사장의 등장을 막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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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씨' 김재철 퇴장... 더 끔찍한 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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