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회사를 해하려는 노조는 없다, 같이 상생하자는 것"이라며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법에서 주어진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면 회사발전에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성호
"1만 명 정규직화는 정말 잘 된 일이죠.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전화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그게 됐다고 모든 게 해결 된 건 아니잖아요. 불법을 저지른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는데, 거기에는 언론은 관심이 없더라고요."지난 7일 서울 영등포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은 신세계 그룹 이마트의 하도급 직원 1만 명 정규직화 발표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발표가 있었던 지난 4일 많은 언론이 이 소식을 전했지만 처음 문제가 됐던 직원사찰이나 노조탄압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기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정규직화가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적발에 따른 것이지만 대부분 매체는 이마트 측이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기사화 했다. (관련기사 :
이마트 1만 명 정규직 전환... 노조 해고자는?)
이마트의 이번 발표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따졌을 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고 불법행위에 눈감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마트의 직원 사찰과 노조탄압, 불법파견 문제가 폭로된 이후 약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수사가 진행됐고 이마트가 정규직 전환 발표를 했다.
하지만 전 위원장의 말처럼 상황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오마이뉴스>는 '헌법 위의 이마트' 연속보도 이후를 조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번 사태의 직접 당사자인 전 위원장을 만났다.
작년에 쫓겨난 노조위원장... 이제는 단체교섭까지전 위원장은 소위 문제(MJ) 사원으로 찍혀 사찰 수준의 감시를 받았다. 인천에 살면서 일하던 그가 아무 연고도 없던 광주광역시로 발령이 났고, 결국 해고까지 당했다. '노조를 만들면 징계한다'는 회사의 노조대응방침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이마트의 불법적인 노조탄압 행위를 온몸으로 받은 사람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두 달 사이의 변화는 그에게 적잖은 영향을 주는 듯했다.
지난 5일 이마트 노사는 정식으로 첫 번째 단체교섭을 실시했다. 문득 지난해 12월 노동조합 설립을 알리기 위해 매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도중 물리력을 동원한 직원들에게 쫓겨난 전 위원장의 모습이 떠올랐다.(관련기사 :
신세계 이마트 "노조 1인시위 충돌 일으켜라") 그때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전 위원장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보다 노조를 인정하는 회사의 태도와 해고자 복직 문제를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회사를 해하려는 노조는 없다, 같이 상생하자는 것"이라며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법이 인정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면 회사발전에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경향이 없지 않다"며 "회사는 이번 사태를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스스로 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세계 이마트 다닌다'고 말하는 게 자랑이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회사와 교섭상황은 어떤가."지난 5일 첫 번째 정식 교섭을 실시했다. 노조 쪽에서 기본협약안을 사전에 제시했고 답변을 달라고 했는데 형식적인 수준에서 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고자들의 복직이다. 교섭주체 3명 중 2명이 해고자다. 우선 복직이 되고 교섭을 진행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오는 15일까지 복직과 관련해 회사에서 답변을 주기로 했다."
- 단체교섭 협상에 들어갔다면, 이마트 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한 것 아닌가?"노조를 인정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당하게 해고된 사람들의 복직이 이뤄져야 그 진정성이 있는 거다. 노조를 인정했다는 사실은, 노조를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것인데, 아직까지 그 속내는 잘 모르겠다. 정식으로 교섭이 진행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단체협약을 맺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일단은 회사가 정상화되는 기초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해고자 복직이 1만 명 정규직 전환보다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