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월 30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공직 후보자를 불러다가 너무 혼을 내고 망신을 주는 식의 청문회가 이뤄지니까 나라의 인재를 불러다 쓰기가 참 힘이 든다."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1월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이 연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자,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선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인사청문회 자체를 논란거리로 만들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일 김용준 전 후보자는 자진사퇴 이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자료를 발표하면서 "가정은 물론 자녀들의 가정까지 파탄되기 일보직전으로 몰렸다. 가족이 이런저런 충격에 졸도하는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했다"라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가 매우 비인간적이고 정략적일 수밖에 없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비록 자신은 낙마했지만, 앞으로의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기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은 셈이다.
MB정부 인사가 주는 교훈 물론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자질, 능력, 비전 대신 신상문제, 특히 도덕성 문제를 주로 들여다봄으로써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지적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만 기용하는 당선인 스타일 상 차기 정권의 인재풀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현행 인사청문회를 통해서는 마땅한 인재를 그 인재풀에서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든 박근혜 당선인 주변에는 위장전입, 불법증여, 투기 등을 관행으로 인식해왔던 기득권층이 대부분 아닌가. 그러니 인사청문회를 통해 도덕성을 문제 삼는다면 답답해질 수밖에.
그러나 당선인의 더 큰 고민은 그렇다고 현재 거론되듯이 마냥 도덕성을 무시한 채 능력만으로 사람을 뽑을 수도 없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MB정권을 겪으면서 도덕성과 상관없는 능력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을 초래하는지 충분히 학습했다. BBK고 뭐고 상관없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이유만으로 MB를 대통령으로 뽑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첫번째 조각부터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말이 많았던 MB 정권. MB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나는 온갖 비리 등에도 불구하고 도덕성과 능력은 절대적으로 상관없다며 끝까지 자신의 인사권을 밀어붙었고, 이는 비극으로 점철되었다. MB부터 시작해서 많은 공직자들이 국가를 사적 이익창출 수단으로 이용한 사실을 지난 5년간 목격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건설자본의 배를 불리고, 공적 지위를 이용해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를 매입해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심지어는 국가기간산업마저 민영화를 밀어붙였던 고위층들. 능력이 좋으면 뭐 하는가. 그 능력을 이용하여 서민의 삶을 챙기기보다는 자신의 배만 불리는데.
결국 MB정권의 5년간 행태는 도덕성이 담보되지 않은 능력이 얼마나 더 무서운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혹자는 예전 관행으로 현재를 판단할 수 없다고 하지만, 모두 알고 있듯이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어떤 이가 40년 전 자신의 부를 위해 공적 지위를 이용했다면, 40년 후에도 그는 그럴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새누리당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그들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2006년에도 역시 그들의 주장대로 그 대상을 확장했다. 2006년 2월 5일 참여정부 장관 5명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박근혜 당선인이 대표로 있었을 당시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이 발표한 논평을 살펴보자.
"우리는 이번에 국회 인사청문회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다. 보은인사의 문제점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고발하고, 잘못된 인사는 국민 여론에 의해 철회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겠다. 현 정부 인사검증 시스템은 완전히 녹슬었다. 여당 사람들조차 현 인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개각하면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겠다."잘못된 인사는 국민 여론에 의해 철회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존재 이유라고 했지만 대한민국 국민 중에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명분이야 위와 같지만 실제로 인사청문회는 항상 야당이 정략적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마치 죄없는 사람인냥 후보자들에게 돌팔매질 하는 야당 의원들. 야당이고 여당이고 간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모두 오십보백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입장으로서 보면 인사청문회는 잘 짜놓은 쇼에 불과하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한 인사청문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