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자료사진)
유성호
그 가운데 특히 '방통대군'으로 군림하며 공영방송을 '식물언론'으로 전락시켜 언론자유와 함께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방통위원장)은 비판의 대상이다.
최시중, 그가 누구인가?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친구로, MB가 오랫동안 '형님'으로, 또는 정치적 '멘토'로 모셔왔던 인물이다. MB정권을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다. MB가 대통령 당선 직후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기능을 통합해 만든 방통위 수장자리에 앉힌 이유도 그래서다.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은 그는 방송, 통신, 주파수를 관리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며 방송과 전기통신사업자의 인·허가권 등 방송통신 관련 규제와 심의권까지 방대한 권한을 행사했다. 오죽했으면 '방통대군'이란 호칭까지 붙었을까. 그러나 그는 비판적 감시기능에 충실하던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에게 MB가 집권 초기부터 막강한 힘을 실어 준 것은 네오콘과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굳건한 보수화, 4대강 사업은 물론 살얼음 같은 대북정책 등 상식과 보편과는 거리가 먼 'MB형 권력'유지수단으로 언론장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보수신문들과 대기업에게 방송진출의 길을 열어줘 여론의 편중과 왜곡을 강화하는 대신 소수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다양성의 채널을 더욱 약화시켜 정권의 입맛대로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여 왔다.
그 주역을 자처한 최시중씨의 지나온 족적에선 '암담함'만이 가득 묻어난다. 이미 망가진 언론의 시계가 언제 복구될지 모를 정도로 초토화돼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4~5년 동안 사례를 복기해 보면 이는 더 명확해 진다.
낙하산 사장 투하·종편 승인 주도 2008년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곧바로 방송 장악에 착수했다. 구본홍 YTN사장을 필두로 대선 특보들의 낙하산 인사가 줄을 이었고, 방송시장은 금세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그가 취임하던 그해 8월 정연주 KBS사장을 불법 해임시키고 친정권 인사로 사장을 임명하여 '국민의 방송'을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시킨 것은 대표적 사례다.
이어 다음 해인 2009년 7월에는 대한민국 언론사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족벌·보수신문들에게 종편의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미디어법 국회 날치기 처리 막후에서 진두지휘했고, 이후에 최씨는 양아들격인 측근을 시켜 돈 봉투를 국회에 돌리는 등 편파적 여론형성과 거대 공룡언론 탄생에 일조했다.또한 다음해인 2010년에는 MBC에 권력의 마수를 뻗치기 시작한다. 엄기영 사장을 퇴진시키고 '큰 집 조인트'로 더 유명해진 김재철 사장을 임명케 하여 MBC를 'MB씨'로 전락시켰다.
그 후 2010년 초 KBS시청료 인상을 주도해 국민적 저항과 비판을 샀고, 2011년 10월 SNS와 앱 규제를 위한 '뉴미디어 정보심의팀' 방통위에 신설해 표현의 자유를 더욱 옥죄었으며, 2012년 2월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을 위한 '미디어렙법' 국회통과의 밑그림을 제공하는 등 그의 '언론 역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금도 종편 승인과정에서 베일에 가려졌던 자료들을 공개하라며 방통위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권력과 언론이 결탁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가 정체성을 파괴했던 기록을 역사 앞에 떳떳이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5일 기자회견문에서도 "방통위는 잘못된 정책이 가져온 사회적 폐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 있는 반성은 종편 선정 과정의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고 냉엄한 평가를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방통대군인 최씨가 활개를 치며 언론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결과다.
그러는 동안 대한민국은 3년 연속 국제사회로부터 '인터넷 감시국가'(under surveillance)로 지적 받아 왔다. 인터넷과 통신검열이 크게 강화되면서 IT 일등국가라는 자부심에 먹칠을 당했다. 감시 수위가 이집트, 러시아, 리비아, 터키, 튀니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인데다 언론자유지수도 크게 하락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한국은 39위를 기록했고, 2003년 49위, 2004년 48위로 밀려났다가 2005년 34위, 2006년 31위, 2007년 39위로 30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MB정부 출범 이후 2008년 47위로 다시 하락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MBC 'PD수첩' 제작진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체포된 2009년에는 69위까지 떨어졌다. 다음해 42위로 다시 상승했지만 지난해 다시 44위로 하락했다.
거기에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방송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무리하게 방송장악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압박을 가했고, 노조원은 물론 진행자와 아나운서까지 해고하거나 좌천시켰다. 이로 인해 KBS·MBC·YTN 등 방송 3사는 초유의 공동파업 선언과 함께 최장기한 파업이 펼쳐졌다.
이들 방송사 구성원들이 파업을 벌이며 요구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 보장이다. 지금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 중 2012년 1월 30일부터 7월17일까지 170일간 파업을 펼쳤던 MBC는 최장파업으로 방송파업의 역사를 새로 썼고,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온갖 비리 의혹이 내부 구성원들에 의해 밝혀진 김재철 사장은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19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는가 하면, 9명의 해고자를 포함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230여명에게 징계를 가했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언론사 노조 파업 사상 최고의 손해배상청구금액이자 전례가 없는 징계사례다.
최시중, 사면보다 청문회 세우는 것이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