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대화록'과 관련 지난 10월 26일 오후 검찰수사관들이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조재현
<동아일보>는 7일 '정수장학회 대화록 보도 <한겨레> 기자 기소될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보도했다. "검찰이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대화록'을 보도한 <한겨레> 최모 기자를 이르면 이번주 불구속 기소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는 기사는 "최 기자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실에서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및 <부산일보>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것을 휴대전화로 몰래 녹음해 지난해 10월 13일과 15일에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MBC의 고발을 토대로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고흥)는 최 기자가 최 이사장과 이 본부장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은 도청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 방침을 정했다"고 못박았다. "최 기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최 이사장이 조작 미숙으로 휴대전화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이 본부장과 만났고, 그 상태에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최 기자가 녹음해 보도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라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사례②] 검찰,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논의 무혐의"그런데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MBC측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해 "정수장학회의 MBC·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해 장학금을 증액하는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정치적 효과를 노렸다"며 김 사장과 최 이사장 등을 고발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김 사장 등이 부산과 경남 대학생들을 지칭하기는 했지만 기부 행위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지급 시기, 방법, 금액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이 됐어야 한다"면서 "장학금 수혜 대상이 비확정적이고 추상적이다"며 무혐의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3월 정수장학회 소유 부산일보 주식 처분행위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법원 판결이 나온 상태에서 부산일보 주식을 처분하려했다는 혐의(공무상 표시무효)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음모를 알린 기자는 기소할 방임이라는 내용을 흘리며 반대로 이와 상반된 상대는 무혐의라고 판결하는 검찰의 태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선교는 무혐의, 한겨레 기자는 기소? 지난해 10월 최 이사장과 MBC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해 특정 대선 후보를 위해 쓰려고 공모한 내용은 <한겨레> 최성진 기자의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로 인해 최 기자는 한국기자협회가 시상하는 '이달의 기자상'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제22회 민주언론상 보도 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래서인지 검찰의 최 기자 불구속 기소 방침 보도가 나오자 많은 누리꾼들 사이에선 비난이 쇄도했다. "똑같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무혐의 불기소처분, 똑같은 상황에서 한겨레신문 기자는 기소?", "내용이 진실이라면 1급 비밀일지라도 기자는 알릴 권리가 있고, 국민은 들을 권리가 있다", "일부러 도청하려고 도청기를 설치한 것도 아니고, 최필립 이사징이 휴대폰을 안끈 상황에서 들려오는 내용이 범죄 사실이라 보도했는데 도청이라니…" 등의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검찰은 정수장학회의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 모의를 보도한 기자에게는 '위법'이라고 하고, KBS 수신료 인상 관철을 위해 야당 지도부 회의를 도청한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