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한림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권우성
그는 요즘 바쁘다. 학교 강의뿐 아니다. 시민단체 강연도 들어오는 대로 다 나간다. 신문에 정기적으로 글도 쓴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이 교수는 재벌과 금융문제에 대한 몇 안 되는 개혁성향의 전문가다. 서울대와 미국 예일대를 나왔고, 참여정부 때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선 한국금융연구원장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놓고 그만둬야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그를 만났다. 서울 잠실의 개인 사무실에 들러서 "요즘 정치학자가 되신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이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가 무슨 정치..."라며 "요즘 정치학자들이 경제를 건드리잖아"라고 말한다. 이어 "나는 원래 글을 쓰는 것도,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해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 말대로 "부르면 다 간다"는 것이다.
- 그렇게 다니시면 힘들지 않으신가."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요즘은 할 만하다. (웃으면서) 그런데 이것도 12월 18일까지만이다."
- 대선 이후에는 다시 예전으로?"(다시 웃으면서) 예전이라고 하면 언제를… 학자로서든, 무엇이든 내 자리에서 열심히 해야지."
그는 학자이면서도 과거 정부의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김대중 정부에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에서 김태동 교수(성균관대)와 함께 일했다. 참여정부에선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금융개혁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가 최근 정치적 발언(?)이 유독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말이다.
"MB정부 집권여당 최고 실력자의 무책임성이 더 위험""청와대와 금감위 등에서 일해보니까 마지막에 가서는 정치더라구. 현장에서 의견 듣고 수렴해서 법을 만들면 뭐해요. 여의도로 넘어가면 반영이 안 되는데… 정치가 바뀌어야죠. 그래야 경제도 살아나죠." 최근 대선 정국 이슈로 떠오른 과거 정권 심판론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 역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 요즘 박근혜-문재인 후보간 과거와 미래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참여정부 경제실패를 적극 거론하고 있는데. "참여정부가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애를 참 많이 썼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들도 추진하고… 박근혜 후보 쪽에서 참여정부 공격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한마디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이다."
- 선거운동 초반이지만 경제실정을 둔 공방에서 박근혜 후보 쪽 주장이 먹혀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고개를 흔들며) 경제성장률도 보면 지금보다는 참여정부가 높지 않았나. 게다가 이명박 정권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들어왔는데 결국 (경제를) 말아먹지 않았나. 박 후보는 집권여당의 최고실력자로서 책임이 없나."
- 박근혜 후보는 현 정부와 선을 긋고 있다."(곧장)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이제와서 엠비(MB)정권과 상관없다면 정말 무책임한 것이다. 자신이 지휘한 총선에서 공천비리가 터져나왔는데도, 오히려 '박근혜도 피해자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황당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날이 잔뜩 서 있었다. 과연 박근혜 후보 쪽에서 참여정부 실정을 거론할 만한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그의 말은 반복됐다. 이 교수는 "박 후보 쪽의 그같은 무책임성이 더 위험하다"고도 했다. 그리고 "만약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에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도 피해자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프레임으로 미래 운용했다가는 국가적 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