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과 다섯개의 마을이 어우러지는 보기드문 곳, 뒤편이 저지오름.
김종성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오름 대중교통편으로 저지오름에 가려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의 새끼섬 비양도가 보이는 한경면 한림리 정류장에 우선 내린다. 버스를 갈아타고 저지리 사무소 정류장에 내리면 저지오름을 만날 수 있다.
저지리 마을에 들어서자 버스 창문으로 저지오름이 홀연히 차오른다. 숲오름이라고 하더니 정말 푸르른 소나무들이 무성하다. 저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오름에 오를 생각을 하니
'잘 왔구나' 싶어 설렌다.
이 오름은 저지리의 수호신처럼 마을 한복판에 둥그렇게 서서 주변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이 오름을 중심으로 5개(중동, 남동, 성전동, 명의동, 수동)의 작은 마을이 모여 있다.
제주 서쪽의 중산간에 터를 잡은 저지리는 옛 생활모습을 간직한 마을이다. 집들마다 어깨 높이의 새까만 돌담들이 이어져 있고 돌담 너머 마당엔 때깔 고운 감귤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그 위로 병풍마냥 둘러쳐진 저지오름을 보고 있자니, 마을과 오름이 잘 어우러진다. 저지리 마을은 (사)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연합이 올해의 아름다운 마을로 뽑았다고 한다. 여기에 저지오름도 한몫했을 듯싶다. 한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마을회관에 들어갔다가 뜻밖에 제주의 아픔 4·3사건을 듣게 되었다. 이 마을 역시 그 비극을 피해가질 못했고 군경에 의해 400여 가구가 불타고 마을 전체가 파괴됐다고 한다. 해안으로 피신을 갔다 사람들이 다시 일군 곳이 지금의 저지리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