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를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조재현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 옥죄면 되겠느냐, 기업 떠나고 투자 안 하면 일자리 생기겠냐고 하는데, 그러면 애초부터 경제 민주화 얘기 말았어야죠." 최근 박근혜-김종인 갈등을 낳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정책 후퇴 과정에 재계와 결탁한 새누리당 내부 세력과 '모피아' 경제 관료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통하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이들에 맞설 새로운 해법을 내놨다. 사실상 대선 후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바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총괄하는 행정기구인 '민주경제원(가칭)'이다.
16일 오전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유종일 교수는 재벌과 함께 경제민주화 반대 세력으로 떠오른 '모피아'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를 합친 말로, 정계, 금융계 등에 진출한 경제 관료들이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큰 세력을 형성했음을 의미한다.
"모피아 '태업' 맞설 경제민주화 총사령부 필요" "모피아 경제 관료들이 날 자극했어요. (경제민주화에 맞서) '사보타지(태업)' 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대선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내부 보고서를 만들어 재계 입장을 판박이처럼 되풀이하는 걸 보세요. (과거 경제기획원처럼) 이들 경제 부처에 힘의 우위를 갖는 경제민주화 총괄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민주경제원'을 제안했어요."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내부 자료를 돌려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양당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 속에는 이를 뒷받침할 정부 기구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 그나마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 설치를 약속한 정도다.
"위원회보다 강력한 행정기구가 필요해요.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도 무력화될 정도로 위원회는 실질적 권력이 없어요. 지금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18개인데 대부분 자문위원회고 행정기구는 규제개혁위원회 하나였는데 그나마 재계 입김에 재벌개혁위원회와 정반대되는 일을 해왔죠." 유 교수는 정부부처에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 조직으로 '민주경제원'을 제안했다. 박정희 시대 정부 경제부처들을 상대로 무소불위 권한을 휘둘렀던 '경제기획원' 같은 조직을 만들어 경제민주화를 총괄 지휘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개발독재시대에는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계획을 세우는 게 최우선이었다면 지금은 경제 민주화가 최고 목표고 경제시스템 전환이 역사적 과제예요.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경제기획원 위상을 갖는 부처를 신설해야 재벌이나 모피아, 학계, 언론 등 기득권 세력의 방해에 맞설 수 있어요."
유 교수는 경제기획원이 사라진 지난 25년을 '자유경제원' 시대로 정의했다. 이처럼 경제 관료들 대부분이 모피아에 포섭된 상황에서 민주경제원이라고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을까?
"경제기획원이 사라지면서 국가 경제 전체를 보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경제 관료들이 모두 모피아화됐어요. 그 상층부는 금융권, 산업계와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며 사실상 '자유경제원' 시대를 이끌어왔고요. 관료가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같은 관료라도 (민주경제원에선) 기획재정부에 있을 때와 달라질 수 있어요. 물론 최상층부는 경제민주화 철학과 의지를 갖춘 사람들이 이끌고 나가야죠." "박근혜 실망... 성장에 나쁘고 기업 옥죈다? 경제민주화 왜 꺼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