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맡은 이광범 특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장면.
청와대
이런 상황이 불만이었을까? 오랜만에 MB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오랜 시간 절치부심한 탓인지 그 여파도 꽤 센 편이다. 지난 12일 국민들의 관심사였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사실, 이 대통령 일가가 특검 수사에 여전히 비협조적이고 청와대가 증거 조작했을 가능성까지 언급한 9일자 <한겨레>의 사설 '할 일 많은 특검, 기간 연장 당연하다'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설마했었다. 아무리 낯이 두꺼운 MB라고 해도 자신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사하고 있는 특검을 그렇게 대놓고 방해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인데 설마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대응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어차피 덮겠다고 덮어질 사항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설마는 역시였다. MB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청와대가 밝힌 특검 수사 연장 거부 이유는 더 가관이다.
"특검이 이미 특검법이 정한 수사범위 내에서 법적 결론을 내리기 충분한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수사가 더 길어질 경우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특히 엄정한 대선관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정부로서는 국익을 위해서도 이런 일이 계속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었다."도대체 청와대는 얼마나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했으며, 얼마나 엄정하게 대선관리를 하고 있는지.
MB의 특검 수사 연장 거부가 의미하는 건 아주 간단하다. MB가 결코 우리 생각만큼 상식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는 실제로 '전지적 가카 시점'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Q의 정신승리법마냥 그만의 자기합리화로 요즘과 같은 암울한 정국을 이겨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덕분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은 새삼 MB의 존재를 주목하게 되었다. 이번 대선의 의미가 단순히 우리 미래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청산이란 의미 또한 지니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멀쩡한 4대강을 뒤엎어 수만 마리의 물고기를 폐사시켜 놓고도 덕분에 재앙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외치는 오만방자한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어찌 미룰 수 있단 말인가.
요컨대 이번 청와대의 특검 수사 연장 거부는 대선 뒤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검의 최종결과 발표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로써 MB는 퇴임 후 내곡동과 관련하여 직접 수사를 받거나 혹은 청문회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뒤가 구리지 않고서야 어찌 이 시점에 수사 연장 거부를 할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평균적인 국민들의 시선이다.
'이명박근혜'는 진실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