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목포 해저터널 노선도
기자회견이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약속'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이날 발표내용은 민주통합당과 문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받아들여졌다. 공동선대위원장과 정책위 의장이 직접 발표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도 남달랐다.
하지만 공약에 '목포-제주 해저터널'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제주선거대책위 등에서
비판성명을 내고, 제주 언론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대선공약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날 발표를 했던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오후 5시 20분께 서울 여의도 문 후보 캠프 기자실에서 해명(
민주당 현안 브리핑)에 나섰다. 이 의장은 "공약으로 포함시켜 달라는 건의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서 여러 군데에서 있었기 때문에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며 "지자체와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기술적 타당성, 환경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경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추후에 공약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캠프도 이날 오후 10시께
문 후보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해저터널은 문 후보가 채택한 공약이 아니다"라며 "공론 과정도 거치지 않은 대규모 건설 공사를 대선공약으로 제안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많으면 공약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 문재인 후보의 일관된 원칙입니다. 이 사안은 당연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사안입니다."그런데 이용섭 정책위 의장은 "제가 자료 설명시에 광주시, 전라남도, 제주도민의 의견수렴과 기술적 타당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설명을 드렸다"고 해명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에서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한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쪽은 민주통합당이었다. "공론 과정도 거치지 않"(문재인 캠프)고 "후보에게 보고"(노영민 후보 비서실장)되지도 않은 사업을 '당과 후보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뒤 뒤늦게 '공약'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이다.
"해저터널사업의 모범사례 될 수 있다"고 해놓고....게다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배포된 보도자료는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의 타당성에 더 비중을 두었다(
연합뉴스). 보도자료에는 "목포에서 제주도까지 해저터널을 뚫으면 총 연장거리가 167km로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 30분 내에 갈 수 있다"며 "광주·전남, 제주의 관광·물류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적시돼 있다. 더 나아가 국가적 차원의 기대감을 부풀리는 대목도 있다.
"목포-제주 해저터널은 세계 각지에서 추진하는 해저터널사업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어 한국이 해저터널 기술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목포-제주 해저터널은 전남에서 밀어붙이는 대형국책사업 중 하나였다. 전남지사출신인 박준영 전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해찬 대표도 지난 6월 25일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한 인터뷰에서 "제주-목포 간 해저터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27일 제주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도 "목포와 제주 사이에 해저터널을 뚫으면 제주는 큰 관광지가 된다"며 "해저터널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제주의 소리)
하지만 제주도에서조차 사업 타당성이 낮고,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등의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2011년 6월
제주발전연구원 연구보고서 ). 또한 목포-제주 해저터널은 제주도에서는 우선순위로 추진하고 있는 제주신공항 건설과도 충돌한다. 수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해저터널과 신공항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후보가 8일 제주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 신공항이 우선이고, 해저터널은 공항 수요를 해소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이다, 해저터널은 신공항 이후에나 검토될 과제"라며 해저터널 논란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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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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