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에 앞서 전남대 대학본부 5층 총장실에 방문하기 위해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는 안철수 후보(위)와 총장실 안에서 기자와 대화하는 장면.
전대신문
기성 언론의 기자는 아무도 없었고, 학교 홍보실 직원과 안철수 캠프 측 사진사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전대신문> 후배 사진 기자 한 명이 그 사이에 끼었다.
오후 1시 40분 조금 넘어서 안철수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후배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나는 종종 걸음으로 안철수의 뒤를 쫓아 총장실로 함께 들어갔다.
안철수와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 그리고 송경안 전남대 총장직무대행과 보직교수 여럿이 총장실에 둘러앉았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의례적인, 어색한 대화가 오고 갔다.
잠시 대화가 멈칫한 틈을 타 나는 "<전대신문> 학생 기자"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갑자기 웃음바다가 됐다.
이어 안철수 후보에게 "제가 이렇게 좋은 자리에 왔는데 후보께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아마 학생들이 뭐라고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뭐라고 안 할 것 같은데"라며 웃었다. 좌중은 다시 한 번 유쾌해졌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원하는 답을 얻기 힘들 것 같았다.
단일화 문제를 물었다. 대답 대신 안철수 특유의 미소가 돌아왔다. 박선숙 본부장은 나를 향해 "훌륭한 기잡니다"라며 모호한 표현을 했다. 또 한 번 여러 사람은 웃음을 주고받았다. 배석해 있던 한 보직교수는 "손님을 모셔놓고 결례가 될 수 있다"며 나를 제지했다.
그럼에도 하나 더 질문을 했다. '단일화 방법'을 물었다. 이번엔 박 본부장이 "그건 답변 안 하겠습니다. 이따가 강연 들어보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안철수에겐 "뭐라고 안 할 것 같은데요"라는 말만 들었다.
강연서 단일화 발표... 마지막 다리 건넜다오후 2시가 조금 지나 강연이 시작됐다. 강연 5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안철수는 "문재인 후보와 내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 혁신에 대해서 합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 중 가장 큰, 그리고 가장 긴 박수가 쏟아졌다. 그 박수 소리에 동화돼 유권자로서 시원한 감정이 들었다. 기자로서 총장실에서의 일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강연을 듣고 나온 한 학생은 "구체적인 공약 같은 세부적인 내용은 없었으나, 어쨌든 야권 지지자들의 답답함을 해소해 줘 좋았다"고 평가했다. 강연을 들은 많은 이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