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표현 교실'에서 한 학생이 야채로 미래의 배우자를 표현했다.
고재연
나는 88년생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11년간 급식을 먹고 자랐다. 안타깝게도 나는 지독한 '편식쟁이'였다. 늘 당번 아이들이 급식을 치울 때까지 남아서 꾸역꾸역 남은 반찬을 삼키는 아이가 바로 나였다.
콩비지찌개가 나오면 영락없이 굶었다. 도시락을 싸 다니던 초등학교 1학년 때가 무척 그리웠다. 비빔밥과 같은 특식이 나올 때를 제외하면, 학교 급식은 나에게 '끼니' 그 이상이 아니었다. 졸업과 동시에 급식을 먹지 않은 게 그렇게 행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학교 급식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학교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영양 교사들의 노력으로 "급식이 '집밥'보다 맛있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무상급식을 시행하며 '친환경'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학교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식재료를 이용한 표현'을 통해 인성과 식습관을 개선하는 '푸드 테라피(Food Therapy)', 우리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가는 '전통식문화 요리교실', '알레르기 교육'과 '제거식'까지. 급식은 끼니를 넘어 교육과 문화를 만나 더 맛있어졌다.
학교에서 푸드 테라피까지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야!" 어릴 때부터 늘 들어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음식으로 장난(?)을 치는 게 치료가 되는 학교가 있다. 바로 '푸드 테라피(Food Therapy)'를 시행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여자중학교다.
많은 이들에게 음식은 단지 '먹는 것' '생명 유지' '먹는 즐거움'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푸드 테라피에서는 조금 다르다. 식재료를 직접 만지고, 그것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교감하면서 식재료와 친해지는 것이다. 그럼 이런 활동을 왜 하는 걸까?
서울사대부여중 '푸드 표현 교실'을 시행하는 이영희 영양교사는 "그런 활동이 식습관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심리적·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