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구로커'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의 구로시장 곳곳을 누비며 마을의 보물을 찾아 나섰다.
강민수
'구로는예술대학'이 있다. 이름만 들으면 서양화, 바이올린, 성악 등 예술을 배우는 학교 같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구로를 위한, 구로에 의한, 구로만을 위한 학교다. 성적순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지 않는다. 엉덩이가 무거워 구로에서 진득하게 붙어 있을 사람, 문화예술을 매개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사람, '구로스타일'이 뭔지 제대로 보여줄 사람이 이 대학에 들어올 수 있다.
강의실은 서울 구로구 전체다. 눈부신 건물이 있고 푸른 잔디가 깔린 캠퍼스는 없다. 매일 무심코 지나가는 재래시장, 지하철역이 강의실이다. 배움이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간다.
교수진도 독특하다. 장어집 사장이 룸바 교실을 열고 마을의 할머니가 '밥상머리 교육'을 벌인다. 우리 주변에 늘 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보통 사람들이 교수로 초빙된다. 청년과 함께 삶의 지혜를 나눌 마을 사람, 모두가 교수가 될 수 있다.
'구로는예술대학' 아이들은 뭘 공부하나전공은 '마을만들기학과' 하나다. 마을의 익숙한 공간을 청년의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학생은 '술래'로 불린다. 지역에 숨은 일거리, 놀거리를 찾아다니는 아이들을 뜻한다. 술래는 초빙된 교수의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구로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게 과제다. 꼭꼭 숨은 보물찾는 술래처럼 구로구 곳곳을 찾아 나선다.
구로는예술대학에서는 매주 두 차례 20여 명의 술래가 3, 4명씩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술래는 구로에 대한 애착은 물론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진 스무살 대학생에서부터 백수, 30대 직장인도 있다. 현재 '동네에서 간지나게 놀기 프로젝트', 구로커를 비롯해 구로의 고등학생들과 힙합 댄스로 관계를 만드는 '구로는예술고등학교', 구로만의 영화를 찍는 '김뽕과 아이들', '참새공방', '토요일 밤의 열기', '아웃사이더아트' 등 6개 팀을 꾸려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0년 4월 설립된 구로는예술대학은 비영리 문화·예술 법인인 구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로는예술대학은 구로 지역의 시민축제, 마을장터 등 커뮤니티형 축제를 기획·진행할 수 있는 청년 인력풀 구축을 목표로 한다. 또 마을 주민이 주민을 가르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 과정에서 주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