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어 놓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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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과 미국(형식상은 유엔)이 체결한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에서는 육상 경계선만 규정했을 뿐, 해상 경계선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직후, 미군 사령관(형식상은 유엔군 사령관)인 마크 클라크는 북한과의 합의도 없이 서해의 해상 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이렇게 생겨났다.
미군은 이런 사실을 북한에 공식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 미국의 행동은, 한밤중에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칼로 금을 긋고는 상대방이 알아서 준수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로부터 근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해 바다는 수없이 출렁거렸고 거기에는 그 어느 것도 옛것 그대로인 것이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여전히 그 바다 위에 금이 그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도대체 어디에 그런 금이 있느냐고 비웃고 있지만, 미국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씨춘추>는 진시황 때 재상인 여불위가 약 3000명의 지식인을 동원하여 편찬한 고대 중국의 역사서다. 이 책의 '신대람' 편에 유명한 각주구검(刻舟求劍) 고사가 있다. 미국의 NLL 설정 조치를 연상케 할 만한 이야기다.
"초나라 사람 중에 강을 건너는 이가 있었다. 그의 검이 배 안에서 물속으로 떨어졌다. (그는) 급한 나머지, 배에 글을 새겼다. '여기는 내 검이 빠진 곳이다.' 배가 (육지에) 도착했다. 그는 (배 안의) 글자가 새겨진 곳에서 물에 뛰어들어 검을 찾았다. 배가 움직였는데, 검이라고 움직이지 않았을까! 이렇게 검을 찾으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야기의 이어지는 부분에서 이 고사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옛날 법으로 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이와 똑같다. 시간은 움직이는데 법이라고 안 움직이겠는가? 이렇게 다스리면, 어찌 위태롭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각주구검 고사는 흘러간 옛것에 얽매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위정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행동하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