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꽃설악산에서 자생하는 미나리아재비과 투구꽃, 덩이뿌리는 조선시대 때 사약재료로 사용했다고 전해짐
장유근
무릇 아름다운 것들은 독을 품고 있는 것일까.
이맘때 산이란 산은 모조리 옷을 갈아입는다. 여름내 걸치고 있던 초록 빛깔 옷을 내려놓고 알록달록한 가을옷을 입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걸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단풍(丹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 전체가 온통 불이 붙은 듯한 모습이다. 지난 10월 1일, 설악산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도, 숲도, 산도, 모두 옷을 갈아입고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나무만 월동 준비를 할까. 아니었다.
설악산 등산로 곁에서 얼굴을 삐쭉 내민 야생화들도 옷을 갈아입는 건 마찬가지였다. 곧 칼바람이 산허리 전체를 휘감으며 꽁꽁 얼어붙게 만들 것이다. 식물들도 서둘러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야생화들은 여러해살이풀이 아니라면 한 해만 살고 죽는다. 잎만 떨군 채 겨울을 나는 나무와 다른 숙명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