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끝청봉끝청봉 능선에서 바라본 끝청봉
장유근
그러나 힘이 들어 느리게 걷는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능력껏 걸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 때 그냥 퍼질러 쉴 게 아니라 행동식(간식)을 먹어가며, 힘 닿는대로 꾸준히 걸으며 눈 앞에 또는 주변에 펼쳐진 풍광에 흠껏 빠져보는 것이다. 특히 알아서 길 때(?) 발 밑 또는 등산로 옆에 홀로 피어있는 야생화 등을 발견하게 되면 피곤이 싹 사라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은 피로에 지친 당신을 향해 '좀 쉬었다 가세요'라며 말을 걸 텐데, 그 걸 알아차릴 정도가 되면 '낫지오(National Geographic)' 탐험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내공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그 때 남들이 빠르게 이동하며 그냥 지나친 장면들을 가슴에만 담을 게 아니라 카메라에 담아두면, 두고두고 그 장면들은 평생을 통해 잊지못할 추억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니 느림의 미학이란 게 주로 그런 것이었다. 스스로 알아서 기면서 터득한 세상을 보는 방법이자, 카메라만 손에 쥐게 되면 저절로 느림의 미학 속으로 빠져들 게 되는 것이다. (산행 시간을 넉넉히 잡고) 천천히 걷게 되면 더 맛있는 산행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유만 된다면 카메라가 피사체를 향하는 순간 감동의 맥박은 빨라지고 호흡은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한 번 가 보면 두 번 다시 잊을 수 없는 설악의 비경들은 그렇게 내 가슴에 다가온 것이다.
한 번 가 보면 두 번 다시 잊을 수 없는 설악의 마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