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승부를 넘어선 '스토리 텔링'에 있다고 봅니다. 영혼이 없는 결과나 기록의 나열은 무의미하죠"라는 이준목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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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스포츠 기사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죠. 대개 경기 결과를 알려주는 기사보다는 분석이나 전망, 그리고 주장이 담긴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런 기사를 쓰게 된 배경이 있나요?"경기 결과만 알려주는 기사는 재미가 없잖아요. 소위 스트레이트 기사 같은 건 예전에 타 매체에서 일할 때 많이 써봤어요. 전문 스포츠 기자가 목표인 사람이라면 거쳐야 할 기초 과정이겠지만, 제게는 지루했어요.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승부를 넘어선 '스토리 텔링'에 있다고 봅니다. 영혼이 없는 결과나 기록의 나열은 무의미하죠.
제가 쓰는 글은 정보 전달 목적의 뉴스(News)라기보다는, 오피니언(Opinion)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무슨 기자랍시고 굳이 대단한 기사를 쓴다는 의식도 없었고요. 굳이 말하자면 '독자 의견'에 좀 더 격식을 갖춘 것이라고나 할까. 그게 제가 생각하는 시민기자로서의 정체성입니다."
- 최근 스포츠계의 동향을 담은 기사가 많아요. 그만큼 '뉴스 감각'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뉴스 감각, 어떻게 얻을 수 있나요?"제가 묻고 싶네요. 그런 건 도대체 어디 가면 배울 수 있나요? 저는 글쓰기나 기사 작성, 취재 등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 훈련된 사람들보다 오히려 감각적인 면은 떨어지겠죠.
다만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제 나름의 기준은, 언제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대중이 알고 싶어하는 뉴스'와 '대중이 알아야 할(것 같은) 뉴스'. 저는 기사형식을 빌릴 때 항상 그 두 가지에 부합하는지 고민해요. 그러다 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보다 좀 더 대중적인 소재에 가까워지지요."
- 스포츠 기사를 쓰시는 분들 중에는 자신이 자신 있어 하는 종목이 있곤 합니다. 근데 이준목 기자님은 축구·야구·농구 등 다방면으로 기사를 쓰시죠. 가장 애착을 두고 있는 스포츠 종목은 무엇인가요?"'다방면'이라는 표현은 참 호불호가 갈려요. 독자 입장에서는 '이 인간은 대체 전문분야가 뭐야?' 이럴 수도 있는 반면, 글을 받는 매체 입장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활용할 수 있으니 좋다'고 볼 수 있죠. 근데 제 입장에서는 어차피 다 좋아하는 스포츠라서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우열을 가릴 수가 없네요. 그리고, 제가 스포츠 기사를 쓰는 것은 '가장 자신 있는 분야기 때문에'가 아니라 '재미있고, 알고 싶은 분야기 때문'이죠."
- 그런데, 실제 운동하시는 것도 좋아하나요?"구기종목은 다 좋아합니다. 잘하는 게 없어서 문제지... 이상하게 단체 종목을 뛰면 저는 괜찮은데 함께하는 사람들이 꼭 다치더라고요. 축구를 할 때, 공을 보고 찼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항상 사람이 저만치 누워 있죠. 그러다 보니 제가 더 두렵더라고요. 마라도나에게 '태권 축구'를 한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이해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요즘은 직접 하기보다는 즐겨보는 걸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죠."
"골수팬·현역 스포츠 기자, 이런 사람들이 위험할 때도 있죠"- <오마이뉴스>에는 이준목 기자님을 비롯해 수많은 스포츠 시민기자가 있습니다. 이분들께 기사 작성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기술적인 조언은 제가 할 몫이 아니고요. 다만 스포츠를 정말 사랑한다면, 먼저 스포츠 자체에 대한 경외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국민 모두가 스포츠 전문가를 자처하는 시대고, 그만큼 애정이 있으니 비판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사실 때로는 지나치게 편협하고 일방적인 비난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는 기준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때론 스포츠 골수팬을 자처하거나, 현역 기자라는 사람들이 되레 자신의 애정이나 지식을 무기 삼아 스포츠의 순수한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어요. 실망스러운 일이죠. '전술이 어쩌니저쩌니' '내가 해도 그보단 잘하겠다' 등의 발상은 사실 굉장히 무모한 겁니다. 구단주가 구단의 주인이라고 감독이나 선수의 고유 영역을 침범할 수 없듯, 팬이나 언론이 스포츠의 주체라고 할지라도 그 주인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스포츠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손쉽게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선수나 감독도 20~30년 이상 한 우물을 파서 그 경지에 오른 '프로페셔널'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 그리고 편집부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없어요. 각자의 삶 속에서 다들 '오래 살아남으시기'를 바라요. 꼭 목숨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편집부나 시민기자냐를 떠나 생활인으로서는 또 각자의 영역이 있을 텐데, 비록 일면식이 없더라도 동시대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건 인연이겠죠. 70년쯤 지나서 우연히 경로당에서 마주쳤을 때 '저 영감, 인터넷 초창기에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 활동도 했었다며?''할멈은 <오마이뉴스>에서 일했었다며?"라고 역사를 공유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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