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에 비친 유스호텔 풍경이 아름답다.
윤도균
어둠이 내리기 전 영랑호 둘레길은 때가 때인지라 피서를 나온 많은 사람과 지역 주민들이 때맞춰 선들선들 불어오는 밤바람을 가르며 걷기 운동, 자전거를 타는 사람, 달리기를 하는 많은 사람 발길로 붐비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속초시가 이곳 영랑호 둘레길을 조성하며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8킬로 둘레길 전체 구간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 조성길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차마 그 길을 신발을 신고 걷기 미안하다며 어떤 이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을 정도로 (건강의 길, 가족의 길, 등용문 길, 화랑의 길, 연인의 길, 레저의 길, 성찰의 길) 길이 마치 그림처럼 잘 조성되었다.
그뿐 아니다. 저녁 시간인데도 재두루민지 고닌지 황샌지 거짓말 보태지 않고 웬만한 강아지만큼 큰 철새가 영랑호를 위를 끼룩끼룩 소리를 지르며 날고 있고 호반 곳곳에 원앙만큼 다정한 오리 가족이 잔잔한 호수 물살을 가르며 유영하는 모습이 정겹다.
그런가 하면 낙엽송길 구간엔 떨어진 낙엽송잎이 마치 융탄자 위를 걷는 듯 폭신폭신하고 피톤치드 향 또한 은은하게 가슴속 깊이 배어들어 새벽 영랑호를 걷는 또 다른 기쁨을 선물한다. 그 길을 지나면 곧 연꽃 향 그윽한 아주 작은 연못을 에돌아 범바위 동산에 오르면 그곳에 화랑의 정취가 배어나는 영랑정이 자리 잡아 나 같은 시(詩)맹도 시 한 수 술술 떠오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