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그때는 무거운 줄 몰랐었는데"1970년대 후반 특전사 공수훈련 시절 촬영한 문재인 의원의 사진(사진 왼쪽)이 지난해 책 '문재인의 운명'을 통해 공개되어 큰 인기를 얻은 가운데, 30여년이 지난 24일 오전 문재인 의원이 같은 장비를 작접 착용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특전사전우회가 주최한 '제1회 특전사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의원은 고공훈련 장비를 전시한 곳에서 낙하산을 비롯해서 고공훈련 장비를 착용했다. 문재인 의원은 함께 특전사 근무를 한 동료들과 함께 장비를 착용하며 "되게 무겁네. 옛날엔 어떻게 했지?" "그때는 무거운 줄 몰랐었는데..."라며 훈련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문재인의 운명'에서/권우성
게다가 현재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박근혜 의원이다. 비록 최근 이재오 의원이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구시대적인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아직 우리 사회에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보수적인 인사라도 군대에 다녀온 문재인이 차라리 박근혜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행사에 참여한 문 의원이 "강한 특전사가 저를 강한 남자로 만들었다"라고 한 발언은 결코 우연으로 읽히지 않는다. 그는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날 왼쪽 가슴에 특전사 동지회 배지를 달았다. 물론 그 배지는 그날 참석한 특전사 출신 실향민이 달아준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그것은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군대 시절의 이미지를 차용한 그의 대선전략으로 보인다.
우리는 왜 병장 문재인에게 열광했나 특전사 출신 문재인에 대한 대중의 환호와 그에 따른 후보의 전략. 그러나 그럼에도 난 이번 문재인의 군복이 불편하다. 왜?
우선 대중들이 그의 특전사 사진에 열광했던 이유를 살펴보자. 과연 대중들은 그가 일반 사병이 아니라 특전사였기 때문에 열광했을까? 아니다. 대중들이 그의 특전사 사진에 열광했던 것은 그가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럼에도 특전사였기 때문이다. 즉, 어떤 특권도 없이, 혹여 그게 특전사처럼 고된 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묵묵히 수행했던 문 의원의 자세에 대한 호감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특전사 사진은 과거 인기를 끌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군대 사병 때의 모습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물론 검은 베레모의 문 의원 사진이 어떻게 보면 더 멋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대중들은 그의 사진에서, 돈과 권력만 있으면 군대를 가지 않는 다른 기득권층과 달리 원칙과 기본을 지키려는 문 의원의 모습을 목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다시 특전사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 안 됐지만 이는 그동안 특전사 출신 문재인을 사랑했던 대중들의 감성과 맞아떨어진다고 보기 힘들다. 대중들은 머리 희끗희끗한 문 의원의 군복 입은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가 특전사 경험을 자산으로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이들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군복 차림은 젊었을 때의 문재인을 떠올리기보다는, 무슨 때만 되면 군복을 입고 동원되는 노인 분들을 떠오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