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대합실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와 군인들이 공중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자료 사진)
유성호
20대 남자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들은 '우정, 사랑, 군대' 라는 말이 있다. 군대가 20대 남자를 대표하는 단어에 포함될 정도이니, 그들에게 군대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입시전쟁만 끝나면 살 것 같다던 20대 꿈 많은 청년들은 캠퍼스 생활은 누리지도 못한 채 신체검사를 받고, 입영통지를 받아 눈물을 훔치며 입대한다.
군 입대를 앞둔 오형문(20)씨는 "한창 나이에 군대에서 2년이나 보낼 생각을 하니까 많이 걱정이 된다"면서 "군 복무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지만 제대한 후에 사회 적응을 못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각 정당들도 총선 때마다 군복무에 대한 정책을 단골메뉴처럼 내놓는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각 정당들은 '사병 복무기간 단축, 예비군제도 개선, 제대 군인에 대한 지원 등' 군 복무 복지에 관한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렇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군인들에 대한 대우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월급 10만원으론 전화비, 필요용품 구입하기에도 빠듯"예비역들이 공통으로 꼽는 불만은 월급이다. 일하는 시간이나 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0년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이태성(가명, 24)씨는 "군대 복무 중 가장 불만이었던 것은 단연 월급"이라며 "특히 훈련 갈 때 핫팩 같은 방한용품이나 기타 보조용품들의 지급이 턱없이 부족해 자비로 사야할 때가 있었는데 월급이 적으니 빠듯했다"고 말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군인들은 이병 8만1700원, 일병 8만8300원, 상병 9만7800원, 병장 10만8300원의 월급으로 받고 있다. 사병 월급이 조금씩 인상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한 달에 10만 원 남짓한 돈으로 간식, 담배, 전화비, 때에 따라 필요한 선·후임 간의 선물 등을 해결하기엔 역시나 빠듯하다. 이런 이유로 사병들은 종종 부모님께 돈을 송금 받기도 한다. 사병 월급으로 군대 생활도 빠듯한 상황에서 제대 후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제대 후 복학을 미루고, 등록금과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정민(가명, 23)씨는 "제대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하고 무기력해진다"고 털어놨다.
군대 생활 중 생기는 학습 공백에 대한 문제도 적지 않다. '군대에 다녀오면 뇌가 굳는다'라는 말은 예비역들 사이에서 오래된 농담이다. 그만큼 군 복무 중 학습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7년부터 군 복무 중 교양 강좌에 한해 학점 이수를 시행했지만, 이 또한 군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김상진(가명, 23)씨는 "군대 복무 중에 학점 이수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실제로 이용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며 "개설되는 과목이 많이 없기도 하지만, 그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수업료를 내야 하고 컴퓨터 이용에 따른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컴퓨터가 느려서 수업을 들을 때에도 불편하다"며 군대 내 학습 환경에 대해 비판했다.
한편 선거철마다 단골메뉴처럼 나오는 군인들을 위한 정책 역시 거의 지켜지지 않아 아쉽다고 예비군들은 입을 모았다.
이승훈(가명, 24)씨는 "사실 군 복무 중 월급 인상이나 복무 기간 단축은 거의 매 선거 때마다 공약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복무 기간은 아직도 1년 10개월이고, 월급은 지난해에 비해 겨우 4% 올랐다고 한다. 요즘 물가 인상을 보면 군대 월급은 실질적으로 인상도 아니다. 언제쯤 군인들이 복무하기 좋은 군대가 될지 모르겠다. 매번 입바른 정책만 내뱉는 정치인들에게 실망이 크다.""군인들을 위한 현실감 있는 정책,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