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에는 주로 술집과 식당이 밀집되어있는 상가를 찾는다. 유권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안소민
저녁식사를 간단히 마친 뒤 임 후보는 송천동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식당과 술집이 밀집된 곳이다. 얼큰하게 취한 유권자를 만나는 건, 후보자에게는 긴장되는 시간이다. 언제가 한 번은 취객에게 "꺼져"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한 고깃집에서 만난 50대 아주머니는 "선거 때가 되면 다들 와서 인사하지만 선거 끝난 뒤에는 코빼기도 안 비친다"며 "나는 정당이고 뭐고를 떠나 술 한 잔 팔아주는 사람 무조건 찍을 거다"거 섭섭함을 내비쳤다.
3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임 후보를 가리키며 "젊은 나이에 저렇게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대단하다"며 "나는 20대 시절에 뭐했나 돌아보게 된다"고 격려했다. 동석한, 40대 후반의 한 남성도 "이번 선거에서 임 후보가 안 되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우리 정치의 새로운 희망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며 임 후보에게 소주 한 잔을 권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술자리가 무르익자 4.11총선과 정치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거친(?) 이야기가 오갔다. 한 술집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임 후보를 보더니 대뜸 "선거 자금 얼마로 시작했느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임 후보와 비슷한 또래인 부산 사상구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의 3000만 원 공약을 얘기했다.
이 남성은 "유권자가 된 이래 30년 동안 민주당만 죽어라 찍었다. 하지만 이번엔 절대 안 찍을 거다"라며 "그렇다고 새누리당을 찍을 수는 없다. 정말 찍을 사람이 없다. 오죽했으면 내 이름 쓰고 내 도장 찍으려고 했겠나"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이 남성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이기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이길 것이다. 예전과 같은 압승은 없다"고 단언했다.
삼겹살 파는 식당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유권자가 된 이래 계속 민주당만 찍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다. 새누리당 찍겠다"며 비장하게 말했다. 술기운 때문에 격앙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엿보였다.
다른 술집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남성은 임 후보에게 "젊음이 재산이다. 발로 뛰어라. 만에 하나 기적적으로 당선이 되더라도 민주당은 절대 입당하지 말라"고 충고 겸 당부를 했다.
저녁 인사는 극과 극이다. 적극적으로 호감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무안을 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작 임 후보를 힘들게 하는 건 문전박대나 욕설이 아니다.
"가장 힘든 건 무관심이에요. 정치에 대한 무관심,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죠. 정치인은 다 똑같다는 말이 가슴 아파요. 물론 저도 출마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죠. 주위에서도 너무 이른 게 아니냐고 만류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젊으니까 할 수 있는 거잖아요."[밤 11시 30분] 선거사무실... 네티즌 만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