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3일 서울 관악을 야권연대 경선 여론조사 조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뒤 굳은 표정으로 국회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남소연
이 같은 여론이 이정희 공동대표를 짓누른 탓일까. 통합진보당 쪽에서는 이 공동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22일에 이어 23일에도 문 상임고문을 만나고 있다는 정보가 흘러다녔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동대표는 오전 내내 자택에 머물며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출입 기자들은 이날 내내 '오후 2시'를 주목했다. 이 공동대표가 후보등록을 하겠다고 밝힌 이 시각에 'FM대로' 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만일 이 공동대표가 후보등록을 하고, 이번 선거를 뛴다 한들 본선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회의하는 기자들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초반에 잘 풀었다면, 이 공동대표는 그야말로 '거물급 정치인'으로 격상되지만, 여기서 무리수를 둔다면 '이정희의 정치생명'은 여기서 끝이라는 진단마저 나돌았다.
그런데 이날 오후 1시 59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가 긴급 타전됐다. "이정희 대표 사퇴 기자회견 곧 정론관서 할 예정". 곧이어 오후 3시에는 이 공동대표가 직접 정론관에서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할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알려졌다.
이 소식이 긴급 타전되자, 정론관엔 침묵이 흘렀다. 모두 '오후 3시'를 향한 시계걸음에 눈을 맞추고, 이 공동대표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3시에 정확히 정론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분들이 긴 시간 애써 만들어온 통합과 연대의 길이 저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며 "야권단일후보들이 이길 수 있다면 기꺼이 어떤 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 회견문을 읽기 전 미리 마이크를 손보던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이내 입이 열리고,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첫 문장을 읽을 때, 그의 눈가가 흐려지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포착됐다. 가슴으로 울고 있다는 심정이 전달된 게다. 이 공동대표가 이 같은 내용의 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국회 정론관 복도에서는 우위영 대변인이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기자들은 우 대변인을 위로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회견문에서 "진보의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린 책임도 당연히 저의 것"이라며 "몸을 부수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공동대표는 "경선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저"라며 "(자신의 사퇴로)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갈등이 모두 털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 공동대표는 "정권교체가 아니면 민주주의도 경제정의도 평화도 그 어느 것도 기대할 수 없기에, 야권단일후보를 당선시켜 주십시오"라며 "야권연대를 만들어냈다는 잠시의 영광보다 야권연대의 가치와 긍정성을 훼손한 잘못이 훨씬 큰 사람으로서, 부족함을 채우고 차이를 좁히며 갈등을 없애는데 헌신해 전국에서 야권단일후보를 당선시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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