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부산을 방문해 손수조 후보(사상)와 김도읍 후보(북강서을)를 격려하며 활짝 웃고 있다.
남소연
'27살 최연소 여성후보'란 타이틀로 더 잘 알려진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 예비후보에 대한 언론들의 관심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하지만, 관심이 너무 과도한 탓일까. 지난 13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손수조 후보의 "바위로 계란치기란 심정으로 출발했는데 이제는 계란이 바위를 이길 것 같다"는 말 실수를 그대로 지면에 실으면서, 정작 후보를 '바위로 계란을 치는 바보'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표현이 어떻게 되었든 다음 단락도 문제가 있다. "계란은 바위를 이길 것 같다"란 손 후보의 말은 불가능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속담은 실현 불가능한 일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을 꼬집는 부정적 속담이지,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긍정의 비유와는 다르다.
또 '계란=손수조, 바위=문재인'이라는 등식도 틀렸다. 노태우 정권이 김영삼을 끌어들여 3당 야합을 이룬 후 TK, PK로 불리는 경상도는 새누리당에게는 텃밭이었고 반대의 후보들에게는 난공불락의 바위였다. 1992년 총선, 1995년 부산시장에 도전했다가 연거푸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도 그 당시 부산에서는 바위가 아니라 계란이었다.
부산 사상구는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말처럼 단 한 번도 국회의원, 구청장을 뺏기지 않은 새누리당의 성지다. 나이 어린 정치 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바위에 부딪히는 계란이라 비유한다면, 이건 눈물샘을 자극해 표를 모아 보자는 얄팍한 심산에 불과하다.
자기 지역만 챙기겠다는 공약, 참 위험한 발상이다손수조 후보는 줄곧 '지역일꾼론'을 앞세워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몇 달 뒤 있을 대선을 겨냥해서 총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보다는 자기가 지역일꾼으로서 더 적임자라는 것이다. 일면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주장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 유권자의 선택으로 나라의 일꾼을 뽑는 것이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꾼을 뽑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예산 날치기는 지역 이기주의가 어떻게 국정 파행을 불러오는지 똑똑히 보여줬다. 형님(이상득 의원)예산과 강만수 예산, 박희태 예산이라는 불리는 지역구 예산 나눠먹기로 결식아동 방학 급식지원비마저 삭감됐다. 이는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범죄와 다름없는 행위였다.
"오로지 사상구민만 바라보고 사상구의 발전을 삶의 이유로 생각하는 사람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손수조 후보의 지역일꾼론 역설을 듣고 있으면, 구의원의 역할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란 의문이 든다. '오로지 OOO만'이라고 강조하는 지역일꾼론, 참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문재인 후보가 대권 도전을 위해 지역을 이용만 할 것이라는 공격엔 사실성과 형평성이 결여되어 있다. 문재인 후보의 대권도전이 기정사실화된 것도 아니고, 안철수 대권론 등 앞으로의 변수도 적지 않다. 손수조 후보가 이런 프레임으로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려면, 자신의 손을 잡아준 박근혜 위원장에게도 이번에는 출마하지 마시라고 먼저 권해야 한다. 예전부터 지역 정서에 기대 대권의 꿈을 키워 왔던 사람, 이번 총선을 대권 행보에 활용하려는 사람도 다름 아닌 박근혜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빈수레 잔치, 눈에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