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처음 지정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의 원서접수 첫날인 2009년 12월 1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부속고등학교에서 중학생들이 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경기도교육청 조사결과 도내 혁신학교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사 만족도를 보면, 초등학교는 2009년 70.0%에서 2010년 85.8%, 중학교는 49.0%에서 68.0%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9년과 2010년 사이 기초학력미달자 비율 감소폭도 혁신학교는 초등학교 1.7%, 중학교 4.1%로, 도내 평균 초등학교 0.3%, 중학교 2.5%보다 컸다.
반면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가 도입했던 자사고는 전국 51개교 중 올해 16개교가 신입생 정원 미달사태를 겪었다. 서울지역 자사고 중 8개교는 결국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최종 마감했다.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60%에도 못 미처 워크아웃 대상이 된 용문고는 올해도 저조한 신입생 충원율을 기록해 내년부터는 일반고로 전환하게 된다.
경쟁률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시행 첫해인 2009년 2.41대 1이던 평균 경쟁률이 2010년 1.39대 1, 2011년 1.26대 1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가 외면 받는 이유로 일반고와 비슷한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도 3배 넘게 책정된 등록금을 꼽는다.
입시 위주의 자사고와 달리 혁신학교는 경쟁과 성적 위주의 수업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창의성 교육, 자기주도적 학습활동,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소통 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학부모 교육과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체험활동 등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도 강조되고 있다.
학습 성과뿐 아니라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혁신학교가 보여주는 사례 또한 주목해볼 만하다. 지난해 12월 28일 경기도교육청은 '2011 경기혁신교육 성과 보고회'에서 용인 흥덕고를 학생들이 변화한 모범 사례로 발표했다.
2010년 3월에 개교한 흥덕고는 비평준화 지역의 신설학교라는 불리한 여건에서 출발했다. 신입생의 2/3 가량은 돌봄과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이었다.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이 적지 않아 교사들의 맘고생도 심했다. 하지만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통제와 지시가 아니라 돌봄과 치유의 대상으로 대했다.
흥덕고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전부터 학생들 스스로 자치규범을 만들어 체벌을 금지했고, 규칙을 어긴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운동장을 돌거나 등산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학교폭력의 해법 보여주는 흥덕고 사례
'또래 중조인 제도'를 통해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다른 친구가 나서 문제 해결을 도왔다. 담배를 피웠다고 벌을 주는 게 아니라 '금연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학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또 학생∙교사∙학부모 토론을 활성화하고 교직원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자율과 책임이 공존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었다. 그 결과 학교 발전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교직문화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학생자치회 활동이 안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시 경쟁에 밀려난 학생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소외감이 학교폭력의 주된 배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흥덕고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