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등의 금융사가 들어선 마포구 공덕역 부근.
김현준
명동에서 한미 FTA 규탄 시위가 벌어진 다음날. 카드사와 보험사가 늘어선 서울 마포구 공덕역 근처로 향했다.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최모씨가 모인다. 보험회사의 추심원인 그는 오늘도 300여명의 연체 고객들에게 독촉 전화를 걸어야 한다. 짧은 오전시간 동안 만나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 보험회사 약관 대출이 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나는 주로 신용대출을 추심한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보니 약관 대출로 되어 있던데 사실은 신용대출이 더 심각하다. 금액도 더 크고..."
- 보험회사에서도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나?"그렇다. 우리 회사를 포함해서 삼성, 대한, 교보 등 보험사들이 고객들에게 신용대출도 해주고 있다. 나는 주로 2개월 정도 단기 미납된 고객들을 관리한다."
- 회수는 잘 되는 편인가?"그렇지 않다. 갈수록 빚을 못 갚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다. 100명 가운데 40명만 갚아도 엄청나게 많은 거다. 보통 회수율은 15~25% 정도가 평균이다. 대부분이 3~5개월 장기 미납으로 넘어간다. 그래도 못 갚을 경우 채권추심으로 관리하다가 다른 회사로 팔아버린다."
- 고객들이 왜 돈을 못 갚는 것 같나?"감당할 수 없으니까. 한번 연체했던 사람들이 계속 연체한다. 이미 다른 카드사나 보험사 약관대출은 물론이고 대부업체까지 끌어다 쓴 사람들이 많다. 일주일 정도 전화 걸다가 겨우 통화되면 대놓고 개인파산 해야겠다는 사람도 있다. 한 번 대출 받았던 사람들이 계속 빚을 내고 궁지에 몰린다."
- 연체된 고객들의 연령대가 주로 어떻게 되나?"50대 이상이 가장 많다. 5~60대가 70% 이상은 된다. 60대 부터는 돈 없는데 어쩌겠냐고 오히려 따진다. 신용하락으로 인한 불이익도 전혀 신경 안 쓴다. 전화 안 받아서 현장 실사 보내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간혹 70대 이상 고객...한 번은 실사 나갔더니 치매에 걸려서 대출이고 뭐고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