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하숙 등을 구하는 전단지가 붙은 전봇대
박가영
개강 시즌이 되면 평소보다도 많은 학생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집 구하기'에 나선다. 그리고 이때마다 번번이 대학생 주거 문제가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기존의 집 문제에 '전세대란'까지 겹치면서 대학생들의 살 곳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직접 대학가 주변 부동산들을 찾아가 보았더니 가구 등의 옵션사항을 차치하고 평균적으로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40만 원 수준이었다. 혹은 보증금을 1000만 원으로 올리는 대신 월세를 낮춰주기도 하는데, 그래도 월세를 최대 70만 원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대학생은 물론 일반 직장인도 감당하기에 버거운 금액이다.
여기에 관리비며 공과금이 붙는다면 한 달에 적어도 40~50만 원이 지출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조차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상황. 중개업자와 직접 찾아가 본 대학가 근처 신축 건물 한 곳은 완공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단 한 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입주가 완료돼 있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중개인은 "최근 전세 대란으로 인해 대학가에까지 직장인 등이 유입되면서 1인 가구가 부쩍 늘었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이 월세를 더 올려 받기도 한다. 또, 집주인들 역시 다달이 들어오는 월세를 무시할 수 없어 보증금을 올려주기보다는 보증금을 낮추고 높은 월세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과 사회초년생 등이 전세 대란 때문에 도시 중심에서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그 영향이 고스란히 대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대학생 B(21)씨는 "통학만 왕복 6시간이라 체력적으로 힘들어 독립을 해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학교 앞 집값이나 물가를 보고 바로 단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 기숙사도 고려해봤지만 선발 인원이 적고, 수도권 학생은 잘 뽑아주지 않는데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뽑는 기준도 까다로워져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포기하게 되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적당한 가격의 방을 찾지 못한 대학생들은 룸메이트를 구해 생활비, 월세 등을 분담하며 같이 살기도 하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실제로 기자가 신입생이던 시절, 입학 일주일 전까지 집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방을 구하지 못한 다른 친구와 함께 학교 홈페이지, 학교 근처 등을 샅샅이 뒤져 가까스로 작은 방 하나를 얻었다. 그렇게 시작된 갑작스러운 동거가 편할 리 없었다. 게다가 우리는 입학 2주 전 처음 본 사이였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나와 달리 올빼미족인 룸메이트는 아침잠이 많아 함께 있는 내내 불편했고, 생활수칙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히기 일쑤였다. 결국 룸메이트 생활 반 년 만에 싸움에 지친 우리는 서로에게 말 걸기를 '포기'했고, 어색한 상태를 이어가다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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