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이너 다이어리> 최호진 작가
최호진
"불편함 이해한다면,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게 될 것" - 웹툰 <이너 다이어리>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혹시 이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면 간략히 언급해주세요."브래지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브래지어로 인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받는 여성이 있다는 것이나, 그것을 착용하지 않음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 뿐만 아니라 평소 브래지어를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을 착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는 저 자신에게 놀라웠습니다.
작년 여름 처음으로 '노브라'로 외출을 시도해보았는데(유두에 살색 테이프를 붙였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완벽한 노브라는 아니었습니다) 아주 시원하고 편했습니다. 하지만 딱 그뿐이었습니다. 멋을 부리고 싶은데 노브라를 하면 옷맵시가 살아나지 않아, 집 근처나 편한 자리에 나갈 때만 제한적으로 노브라 외출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외출할 때마다 테이프를 찾아 붙어야 하는 게 번거로웠고, 테이프을 붙인 피부에 염증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냥 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노브라로 다닌다면 이런 불편함은 없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봤더니 '왜 브라를 하지 않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유는 브래지어(정확히는 브래지어 속의 '왕뽕')가 '작은 가슴'을 해결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여자임에도 이렇게 다른 생각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 '브래지어 해방'에 대해 시민들과 지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여성들은 '공감하지만 남의 눈이 신경 쓰인다'는 의견이 대다수였고, 남성들은 '남의 여자는 몰라도 내 여자는 안 된다'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다른 의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대다수의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있으며, 그것을 하지 않으면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끼리도 이상하게 여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이 본인의 편안함보다는 평범한, 흔히들 말하는 '상식적인' 사람이 되는 쪽을 택한 듯합니다.
하지만 제 주위의 일부 여성들은 그런 문제보다는 몸매를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해 브래지어를 고수하는 쪽입니다. 여성들이 말하는 '남의 눈이 신경 쓰인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옳지 못한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기 싫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여성으로서 멋지게 꾸미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성 분들의 의견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아, 이건 정말 어렵군요. 제가 그 깊은(?)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개방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자부하면서도 자신의 여자에게만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일부' 남성들의 의견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브래지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너 다이어리>의 등장인물 '연철'은 노브라를 주장하는 '기영'을 비난합니다. 그 이유는 노브라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고 공공 장소에서 노브라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브래지어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모든 여자들이 착용하는 속옷'이라는 것 정도입니다.
다른 남성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착용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 있는지, 그로 인해 그녀가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면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