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시드 투 킬>'Dressed to kill'은 대개 '죽여주게 잘 차려입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직역하면 '죽이려고 차려입다' 혹은 '죽이려고 차려입은 (복장)'이 된다. 브래지어의 숨은 위험성에 대한 은유가 담긴 제목이다.
ISCD Press, U.S.
인류학자였던 그녀는 브래지어로부터 해방된 뒤 병까지 낫게 된 자신의 체험에 영감을 얻어 역시 인류학자인 남편 시드니 로스 싱어와 함께 여성 2천7백여 명을 대상으로 브래지어 착용과 유방암 발병의 상관관계를 조사했고 그 결과를 담은 것이 바로 위의 책 <드레시드 투 킬>이다.
이들 부부의 조사 결과, 24시간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은 미착용 여성보다 유방암 발병률은 12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말 그대로 가슴이 뜨끔했다. 몇 배, 몇십 배도 아니고 백 배가 넘는 차이라니!
<브래지어, 하고 계세요?>에 출연한 의사들은, 임상의학에서는 아직까지 브래지어의 착용이 유방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정하지는 않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브래지어 컵 아래쪽에 든 와이어가 겨드랑이 쪽의 림프절을 압박하면서 혈액과 호르몬의 흐름을 방해하고, 체내 해독작용을 하는 림프절의 기능저하를 유도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드레시드 투 킬>에서 적시한 내용이기도 하다.
'나 이러다가 무슨 병이라도 걸리는 거 아냐?'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이지만, 겨우 몇 시간 써보고 브래지어를 벗어던지기엔 뭔가 부족했다. 낮 시간 동안 브래지어를 계속 착용하며 지내는 여성들도 힘들어 하는, '브래지어 한 채로 잠자기'에 도전했다.
다음 날 아침 터져나온 비명, "못 살겠다, 벗어보자!"'잘 때는 가능한 한 적게 입는다'라는 생활신조를 갖고 있는 나로서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채로 잠을 청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름엔 러닝셔츠 한 장 달랑 걸치는 데 익숙해져 있던 탓에, 브래지어에 티셔츠까지 입고 자자니 그 갑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대로는 잠을 설치겠다 싶어 '딴지 라디오' <나는 꼼수다>를 틀었다. "저얼대 나쁜 짓은 하실 리가 없는 가카만을 위한 헌정방송"을 들으며 낄낄거리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브래지어 착용 이틀째 아침. 평소보다 훨씬, 훠얼씬 늦은 시간에 일어났다. 머리가 띵했다. 특히나 와이어 쪽의 겨드랑이와 가슴은 뭐랄까, 벽에 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브래지어를 벗어던지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상반신 전체가 돌팔이 마사지사한테 마사지를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지끈거렸다. 끄응,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게 일어나 때를 놓친 것도 원인이었지만, 일어난 지 한참이 지나도록 식욕이 없어서 아침을 걸렀다. 세 끼 제때 챙겨 먹지 않으면 하루 종일 허전한 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내 삶의 활엽수' 아침 화장실 방문 일정 역시, 오늘은 소식이 없다. 이 모든 증상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