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 지난 3월 스마트워크(원격근무) 대상자 설문조사 결과
KT 제공
KT는 전 직원 3만2000명 직무를 분석해 사무실 근무가 불가피한 인력 1만2000명, 이미 영업, AS 등으로 모바일 워킹(이동 업무)를 하고 있는 1만3000명을 제외한 4000~5000명 정도를 원격근무 대상자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여직원 2400명 정도를 직무 형태와 상관없이 임신육아 그룹으로 분류했다. 시범사업 초기에는 참여자가 적었지만 원격근무가 가능하도록 근무 유형을 바꿔주면서 지금은 월 400~500명 정도로 늘었다.
또 이 가운데 망설이는 그룹을 대상으로 '육아 케어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1차로 70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2개월 동안 실시했는데 지난 5월 설문조사에선 99%가 보통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7월 시작한 2차 프로그램엔 순수 신청자 100명이 참여했다. 덕분에 젖먹이 아기를 둔 한 여직원은 주 3회 재택근무를 하면서 다시 모유 수유를 시작했다고 한다.
박숙희 차장은 "처음에 당신은 육아 케어 대상이다, 월 8회 이상 원격 근무하도록 배려하겠다고 했더니 인사 고과 불이익을 걱정하거나 남자 직원들과 경쟁하기 바쁘다며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상급자들에게 인사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젊은 직원들 원격근무 선호... CEO 의지 맞아떨어져KT는 애초 지난해 말까지 시범사업을 마치려고 했으나 참여가 저조해 올해 3월 말까지 시범기간을 연장한 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워크 제도를 도입했다. KT가 스마트워크 도입 1년도 안 돼 이 정도 성과라도 거둔 데는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젊은 직원들의 이해와 정부 정책에 따라 스마트워크를 확산시키려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맞아 떨어진 덕분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오는 2015년까지 스마트워크 비율을 현재 1% 수준에서 30%로 늘리겠다는 공언했다
스마트워크 도입 1년도 안 된 걸음마 단계인 만큼 KT가 갈 길은 아직 멀다. 박숙희 차장은 "원격근무 역사가 15년 된 BT(브리티시텔레콤) 컨설팅을 받아 이제 걸음마 단계에 KT에 얹히려 하니 시행착오가 많았다"면서 "스마트워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그 아래 기업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너무 많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나마 KT는 원격근무에 필요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이 잘 갖춰져 있고 스마트워킹센터에 필요한 건물 자산이 충분한 게 큰 도움이 됐다. KT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집 안에 업무 공간이 부족한 우리 현실과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감안해 스마트워킹센터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다만 당장 원격근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직무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겐 불이익으로 비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KT에선 사무실 근무자의 경우 '유연근무제'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이들의 업무를 분석해 사무실 밖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나 제도, 인프라를 갖추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또 영업이나 AS를 담당하는 이동 근무자들에겐 아이패드와 이동 업무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과 접속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박 차장은 "스마트워크를 장기적으로 정착시키려면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가치 있는 제도로 인식시켜야 한다"면서 "스마트워크 내부 효용을 분석하는 도구를 개발해 10월 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분당 대신 집값 싼 일산에서 '원격근무'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