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9세 가구주 전세금 부담 비율대부분의 청년층은 낮은 전세가격에 주거하고 있다
조성주
수도권 20-29세 가구주의 전세금 부담 정도를 보면 전체의 74.2%. 즉 네 가구 중 세 가구는 보증금이 5000만 원 미만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30-39세의 경우는 52%가 5000만 원 미만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수도권에서 5000만 원 미만의 전셋집은 아파트 등은 아닐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월세의 경우 보증금 유무, 보증금 금액과 월세가 다양하기에 일률적으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보증금을 내는 가구가 전체의 90% 이상이다. 보증금 규모는 전체 20-29세 가구주의 65%가 1000만 원 미만으로 전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의 전셋값 폭등은 청년들에게도 직격탄이 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청년들이 월세, 전세를 부담하지 못하고 고시원과 같은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제 고시원은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 있는 곳이 아니라 청년층의 하나의 주거형태로 자리잡았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만 약 10만 8000명 정도가 고시원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시험공부 등을 위해 기거하는 것이 아닌 말그대로 순수하게 '숙박'을 위해 기거하는 인구가 약 6만 2000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 중 다수가 2,30대 청년들일 것이다.
대학생도 어렵다... 기숙사비가 비싸다한편 대학생들 역시 상황은 더 나빠졌다. 각 대학들이 저렴한 가격에 운영하던 기숙사를 최근에 대부분 민자기숙사로 바꾸면서 기숙사비가 크게 올라버린 것이다. 보통 민자기숙사들은 고급시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살기 위해서는 한 학기에 200여만 원이 든다. 기존의 기숙사들이 한 학기에 50여만 원 정도를 낸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문제는 현재 청년들의 주거불안정 문제가 집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는데에 있다. 지난 10여 년간 과도하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은 이미 청년들이 미래에 집을 장만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 재개발, 뉴타운 광풍 등으로 만들어진 집들의 대부분은 중대형 아파트들인데 1인, 2인 가구가 많은 2,30대 청년들의 경우 자신들이 살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비싼 집들이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살만한 집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집들은 부동산 개발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청년들 자체가 주거공간을 가질 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데에 있다.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종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안정적인 소득이 유지되지 않는다. 과거 세대처럼 대출 등으로 일단 주거공간을 확보할 여지도 없다. 이러다 보면 <고용불안 - 소득악화 - 주거환경 악화> 등의 연쇄고리를 타고 청년들이 주거난민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인 정재영(27)씨는 현재 고용불안과 소득악화로 주거환경 악화의 위기에 놓여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 3명과 함께 살던 재영씨는 직장을 구해서 독립을 했었다. 그리고 간신히 현재의 옥탑방을 구했다.
그러나 곧 알바를 구만두게 되면서 고용상황이 악화됐고 안정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의 옥탑방마저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그러나 어렵게 구한 방, 독립적인 공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그가 앞에서 지적한 고용불안 - 소득악화 - 주거환경 악화의 연쇄고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가 다음에 선택해야 하는 주거는 고시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거공간이 없어서 한국의 PC방에 해당하는 '넷 카페'를 전전한다고 하여 '넷 카페 난민'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고시원 난민, PC방 난민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홈리스들의 자립을 돕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빅이슈 코리아'의 안병훈 팀장의 말에 따르면 유엔에서 제시하는 홈리스의 기준은 주거환경이 불안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시원 등에서 살고 있는 한국의 청년들도 유엔기준에 따르면 홈리스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는 대량의 청년홈리스들을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년들의 주거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청년유니온의 장보연 조합원의 취재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청년층 주거문제와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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