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8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남소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인터넷 한겨레>와 <양정철닷컴>에 올린 글 '청와대는 방송의 '쪼인트'를 이렇게 깠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글이 나간 뒤 곡절을 거치면서 이 글에서 언급된 인물이 KBS 김인규 사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자 김인규씨 측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대응했다.
법정에 가면 '충성맹세', '방송장악' 등의 이야기와 관련해 여러 '증언'이 나올 것처럼 보인다. 김인규씨가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2006년 가을 KBS 사장 선출 당시 이미 나돌았고, 그래서 이런 저런 흔적들이 남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당시 김인규씨가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강동순 전 KBS 감사(전 방송위원회 위원)에 의해서도 4일 밝혀졌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김인규씨가 열심히 가능성을 놓고 뛰어다니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접촉의 흔적은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의 증언에도 나온다.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면 최민희 전 부위원장은 당시 일부 여권 인사들까지도 자신에게 '김인규씨가 KBS 사장을 하려고 하는데 왜 반대하느냐?'고 되물었고, '청와대가 김인규씨를 내정했다, 그런데 왜 너 혼자 반대하냐?'는 등의 얘기를 여러 루트를 통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 전 부위원장은 "당시 김인규 사장은 경기고-서울대 인맥을 총동원해서 KBS 사장 인사로비를 하고 다녔다"며 "그런데도 '참여정부 때 인사로비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은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오마이뉴스> 1월 1일
"김인규 사장, 호텔 로비 모임까지 찾아와 로비했다" 기사에서).
KBS 새노조 "'권력 줄대기' 구설수 자체가 치욕"
이처럼 '충성맹세', '방송장악' 등의 이야기가 나오자 KBS 새노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런 증언들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KBS 사장 후보였던 김인규 사장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KBS를 잘 장악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 차마 눈뜨고 귀 열고는 보고 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 대화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권력 줄대기 처신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KBS구성원들로서는 정말 치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 '충성맹세' 논란이 과거형이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KBS간의 '부당거래'설은 현재진행형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추적 60분-4대강편> 불방 청와대 압력설에 이은 'K모 보도본부장의 청와대 낙점설'에 주목하고 있다.…'KBS 새노조가 성명서 끝머리에서 우려했던 'K모 보도본부장 설'은 1일자 KBS 임원인사에서 현실화되었다. KBS 보도본부내 '하나회' 성격인 '수요회' 모임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고대영 해설위원장이 보도본부장으로, 그리고 민정당 사무처 요원으로 있다가 특채로 KBS에 입사한 뒤, 김인규 체제 출범 때 인력관리실장으로 발탁된 박갑진씨가 시청자본부장으로 임명된 것이다(고대영, 박갑진씨에 대한 이야기는
증언 42, 43, 44 참조 바람).
KBS 새노조는 이같은 임원 인사에 대해 3일 성명을 발표했다. 새노조는 고대영 신임 보도본부장에 대해 "전임 이병순 사장 시절 총괄기획팀장과 보도국장을 지내며 KBS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불공정과 편파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인물"이라고 지적하고 "권력과 줄이 맞닿아 있는 고씨를 통해 청와대가 KBS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관여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에 기록될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거든 지금 스스로 본부장 자리를 고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KBS 보도본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다. 고대영씨가 보도국장을 하던 시절, 그의 행태가 고압적이고 폭력적이어서, 젊은 기자들의 반감이 높았고 그래서 2009년 6월 KBS 기자협회에서 실시한 신임 투표에서 무려 93.5%라는 높은 '불신임'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인물을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할 수밖에 없는 게 김인규 체제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KBS 새노조 성명에는 나도 처음 알게된 이야기도 있었다. 박갑진씨가 2007년 대선 당시 엠비(MB) 캠프의 좌장격인 최시중 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포항언론인 모임에 참석해 '이대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를 외치는 등 사실상 정치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7년 대통령 선거 훨씬 이전부터 포항을 오가며 마치 한나라당 당직자와 같은 처신으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것이다. 박갑진씨는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젊은 기자들 "KBS 명예 실추 장본인은 김인규씨 바로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