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현재 육군 대위인 김석진 제자와 그의 부인. 한 달 후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 건강한 아가 순산하기를 기원한다.
박병춘
제자 석진(29, 육군 대위)이가 전화를 했다. 작년에 결혼했고, 필자가 주례를 섰다. 주례를 청하러 오던 날 타임캡슐을 캐러 갈 때 신부도 동행하기로 했다. 신부는 현재 임신 9개월째다.
나는 기분 좋게 맞장구를 치고 10년 전에 함께 여행했던 두 제자와도 소통했다. 한 명은 정영균. 중국 유학을 몇 차례 다녀온 후 지금은 천안에 있는 IT 회사에 근무 중이다. 다른 한 명은 하재홍. 서울에서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 10월에 결혼했고, 일주일 전 임신 소식을 들었다.
각자 자기 생활에 분주한 터라 날짜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지만 2010년 11월 13일(토)엔 천지개벽이 없는 한 모두 모이기로 했다. 10년 만에 타임캡슐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앞두고 우리는 모두 설렜다.
당시 열아홉 살이자 고3 제자들이 스물아홉 살이 되었다. 나는 마흔 살 선생에서 쉰 살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함께하는 여행 그 자체가 즐거웠다. 10년 전, 타임캡슐 안에 적어놓은 다짐들이 무엇일까 궁금하기만 했다.
10년 전과 똑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했으나 10년이 지나며 교통 환경이 변한 까닭에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대전-춘천-소양댐-청평사'가 이동 경로다.
13일 오전 6시. 재홍이랑 영균이가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우리 셋이 대전에서 춘천으로 가면, 경기도 연천에서 장교 생활을 하고 있는 석진이가 아내와 함께 합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운전은 재홍이가 맡았다.
대전에서 춘천으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 셋은 줄곧 이야기꽃을 피웠다. 10년 전 고3 생활의 아픔을 되짚어 보고, 당시 여행이 준 의미와 가치를 논했다. 멀리 동쪽에서 아침 해가 솟아올랐다. 날씨 또한 쾌청 그 자체였다.
세 명의 제자와 함께한 '아름다운 여행'춘천에 도착했다. 소양2교를 건너 해장국집에서 석진이 부부와 합류했다. 반주로 마시는 소주가 전혀 쓰지 않았다. 나는 감기 몸살이 심해 전날 주사를 맞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모두가 돌아가면서 건배 제안을 했다. 다섯 명의 건배사를 종합하면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이다.